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한국의 타이포 유산_ 춤추는 글씨_ 혁필。

문근영 2010. 11. 13. 09:36

 

혁필.

 



  


충(忠)자 문자도.
조선시대.
작자미상.
가회박물관 제공.

 



 

 

 

 

 

 

 


봉용(鳳龍)자 혁필.
팔산(八山) 홍지성.

 

 



 

한국의 타이포 유산_문자도


이는 효(孝) · 제(悌) · 충(忠) · 신(信) · 예(禮) · 의(義) · 염(廉) · 치(恥)를 그린 8폭 문자도 병풍의 일부이다.


이 병풍은 글씨의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형되어 있어, 이쯤 되면 글자보다 그림에 가깝다. 하긴 이 병풍을 놓았던 집주인에게야 제사나 잔치 분위기를 살려주면 그만이지 글이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어쩌면 이것은 글을 읽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유교 이념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그림 도감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글자의 혜택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권세높은 양반들의 고상한 문화의 일부를 가지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효제충신 예의염치의 글씨 그림이 하도 많이 그려지다 보니 각각의 글자에는 고정된 고사나 상징이 관습적으로 사용되었다.
충(忠)자의 기둥인 대나무(알다시피 대나무는 지조를 상징한다.)를 감싸고 있는 입 구자(口)에 해당하는 것은 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리가 달린 새우이다.
왜 충자에 새우가 매달려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새우 하(蝦)의 발음이 군신이 화합한다는 뜻인 화(和)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信)자는 한무제에게 서왕모가 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는 파랑새라는 이도 있고, 한나라의 소무가 흉노에 억류되었을 때 그 사실을 조정에 알린 흰기러기라는 설도 있다.
어떤 새가 됐든 그러니까 사람 인 변에 앉은 새가 물고 있는 편지가 바로 믿음(信)을 나타내는 것이다.

치(恥)자의 마음(心) 한 가운데에는 주나라 무왕에 반기를 들고 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다 죽은 백이와 숙제의 비석 혹은 위패가 모셔져 있다.
여기에는 그 둘의 절개를 기리는 "백세청풍이제지비(百世淸風夷齊之碑)"라는 글귀를 새기기도 했다. (이 위패는 특히 병풍이 제사상 뒤에 놓일 때 절묘한 효과를 발휘한다.)

의(義)자는 건물 위에 한 쌍의 꿩이 앉은 모습을 하고 있다. 꿩이 하필이면 복숭아 나무 아래 앉은 이유는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桃園)에서 결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림이 문자를 압도하는 듯한 이 글씨 그림은 서양 중세 필사본의 화려한 채식(彩飾) 머릿 글자를 연상하게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추상(문자)과 구상(그림)의 완벽한 결합은 한자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원래 그림에서 유래한 문자인 한자는 자꾸 그림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한국의 타이포 유산_혁필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은 <경도잡지>에서 '비백서(飛白書)'라는 문자도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비백서는 버드나무 가지를 깎아 그 끝을 갈라지게 하고 먹을 찍어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 등의 글자를 쓴 것이다. 점을 찍고 긋고 파임하고 삐치는 것을 마음대로 물고기, 게, 새우 등의 모양을 만든다."

 

 혁필이 비백서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비백서는 묵선과 백선만 나오는 것인데 혁필은 여러가지 색깔로 그리는 것이므로 비백과 혁필은 다르다는 얘기도 있다.
비백이야 어쨌든 혁필이 문자도에서 나왔으며, 문자도의 약식버전이자 대량생산 모델임은 확실한 것 같다. 혁필이 탄생한 것은 빨라야 20세기 이후일 것이다.

이 혁필 그림의 봉(鳳)자는 봉황을 가리키는 기호이면서 말 그대로 봉황 그 자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봉황이라는 상징이 가리키는 부귀영화와 같은 추상적 가치까지 담겨 있다.


鳳자 한 글자 안에서 문자와 그것이 지시하는 것, 즉 외연과 내포는 하나가 된다. 그러니 아무 글자나 혁필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같은 틀에 박힌 문구이거나 아니면 고객의 이름이다. 혁필화가는 이름만 써주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이름풀이를 곁들이며, 그림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복을 빌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혁필은 문자도와 부적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혁필화를 그린 홍지성 옹은 (지금은 타계하셨지만) 십여 년 전까지 용인 민속촌에서 관광객들에게 혁필을 써주었다. 몰려든 구경꾼들은 평범한 문자가 불과 수 분만에 형형색색의 안료를 묻힌 혁필에 의해 새가 되고, 꽃과 나비로 변해가는 역동적인 광경 자체에 매료되었다.


혁필은 저자거리의 연행예술이며 시간 속에 존재하는 움직이는 문자이다. 그것은 움직이고 변화하며 대중과 호흡하는 인터랙티브한 타이포그래피 - 무빙 타입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글_편집실

 

 

 

<출처;nate.com/네이트 우수 블로그 왕관이예요just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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