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14. 사람의 무게

문근영 2010. 10. 12. 06:34



사람의 무게



채제공(蔡濟恭) 공께서 예전에 내 과거 급제를 축하해주려고 우리 집에 오셨다. 자리가 마침 동남쪽에서 서북쪽을 향하였다. 이윽고 손님과 벗들이 몰려와 양 옆에서 묻고 대답하다가, 반나절 만에 파하였다. 하지만 앉은 방향은 한 치도 바뀌지 않았다. 을묘년(1795) 봄, 상호도감(上號都監)에서 임금의 휘호를 봉하여 올리던 날이었다. 조정 대신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내가 보니 공은 두 무릎을 땅에 딱 붙이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무쇠로 빚은 산악 같았다. 하지만 다른 대신들은 좌우에서 몸을 비틀고 등을 기대었는데, 뼈 소리가 우두둑거렸다.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示二子家誡]〉 8-23 樊翁嘗因賀及第至余家. 坐適當巽以嚮乾. 旣而賓友沓至, 以左右酬答, 半日而罷. 其坐嚮不差一寸. 乙卯春, 上號都監封進之日, 卿宰會同. 余見公兩滕著地, 確然不動, 若鐵鑄山嶽. 然羣公左右傾倚, 骨聲軋軋. 채제공의 산악 같은 몸가짐도 인상적이지만, 그 와중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살핀 다산의 눈매도 맵다. 무심한 일상의 행동거지 속에 그 사람의 무게가 드러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때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꾸며서 하는 행동, 의도가 깔린 말로는 세상에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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