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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8세기의 멋있는 학술세미나 / 박석무

문근영 2010. 8. 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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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멋있는 학술세미나


1795년이니 지금부터 212년 전의 일입니다. 음력 10월 26일부터 만 10일 동안 심심산골의 절간에서 성대한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때에는 학술세미나라고 부르지 않고 ‘강학회(講學會)’라는 이름으로 학자들이 모여 깊고 넓게 학문에 대한 토론을 하던 모임이었습니다. 음력으로 10월 하순이면 겨울이 한창이던 때여서 초설이 내려 제법 쌓였고 개울에는 얼음이 얼었다는 그런 때였습니다.

그 절간은 바로 봉곡사(鳳谷寺)였으니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라는 그윽하고 숲이 우거진 산속이었습니다. 천주교 문제로 탄핵받아 승지라는 높은 벼슬에서 홍성(洪城)지역에 있던 금정도(金井道)찰방이라는 하위 벼슬로 쫓겨나 있던 다산 정약용이 주관하고, 당대의 석학으로 성호 이익의 종손(從孫)이던 목재(木齋) 이삼환(李森煥)을 강장(講長)으로 모시고 내포지방 일대에 살던 남인계 소장학자 12명, 도합 13명이 11월 5일까지 숙식을 함께 하면서 장장 열흘 동안 계속했던 학술토론회였습니다.

“26일에 목재께서 도착하시고 이에 가까운 고을의 여러 벗들이 차례차례 모여들었다. 봉곡사는 온양의 서쪽에 있다. 남쪽은 광덕산이요 서쪽은 천방산이다. 산이 높은데다 첩첩이 쌓인 봉우리에 우거진 숲, 깊은 골짜기가 그윽하고 오묘하여 구경할 만했다. 새벽마다 일어나 여러 벗들과 함께 개울물로 나가서 얼음을 두들겨 물을 움켜쥐어 얼굴을 씻고 양치질을 했다. 저녁이 되면 여러 벗들과 함께 산등성이로 올라가 산보하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안개와 구름이 뒤엉키면 산기운이 더욱 아름다웠다. 낮이면 벗들과 함께 성호의 『가례질서』를 깨끗이 정서했다. 밤이면 여러 벗들과 더불어 학문을 강(講)하며 도(道)를 논했다. 더러는 목재께서 질문하시면 여러 사람 중에서 답하고, 더러는 여러 사람 중에서 질문하면 목재께서 분석해서 답해주셨다”(<西巖講學記>)라고 기록하고는, “이렇게 보낸 날이 열흘이었으니 아주 즐거웠다”라는 말로 맺었습니다.

옛 선비들의 학문 토론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만 같아 재미가 있습니다. 목재라는 67세의 노학자를 모시고 30대의 젊은 학자들의 토론 광경이 그대로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학술토론이 왜 잦지 않을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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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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