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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의 강진 귀양살이에서 다산의 학문은 농익었는데, 15년째인 1815년은 다산의 나이 54세 때로, 사서육경(四書六經)에 대한 경서연구는 대체로 마무리를 보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유학사상의 깊은 내면을 대체로 파악한 다산은 경서연구의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학자로서의 대업(大業)을 성취하고 한 단계 높은 현인(賢人)의 위치에 오를 새로운 발판을 준비했으니, 심성(心性)의 오묘한 유교철학을 요령 있게 정리하고 실천의 방법까지 마련했던 것입니다.
『심경(心經)』을 통해 높은 도덕성을 확보하여 실행의 내적 준비를 마치고 『소학(小學)』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참되고 바른 행실을 담보하자는 뜻에서, 노숙한 54세의 나이에 『심경밀험(心經密驗)』과 『소학지언(小學枝言)』이라는 두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소학』으로는 외적 행위를 다스리고, 『심경』으로는 인간 내면의 세계를 통제한다”(小學以治其外心經以治其內)라고 선언하고는 그렇게 해야 현자(賢者)의 지위에 오를 길이 열린다고 명확하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심경』을 마음공부인 ‘심학(心學)’의 교과서로 여기면서 『서경(書經)』에 나오는 인심유위(人心惟危)와 도심유미(道心惟微)야말로 ‘반세심학의 종(萬世心學之宗)’, 즉 영원한 심학의 으뜸 논리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념적인 주자학을 그렇게 비판하면서도 이 대목에서는 주자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지혜를 지닌 사람은 인심이 없을 수 없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도 도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上智不能無人心 下愚不能無道心)라는 주자의 학설은 성인(聖人)이 다시 나와도 바꿀 수 없는[聖起不易] 주장이라고 단언합니다.
『심경밀험』이라는 한자 책으로 15페이지 정도의 요약된 다산의 저서, 그의 평생 경서연구가 압축된 높은 수준의 저술입니다. 성품은 선하기 때문에 저절로 지닌 도심이야 구현하기 어렵지 않지만, 위태롭기 그지없는 인심이란 ‘권형(權衡:저울처럼 가변적임)’이어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가 진짜 문제라는 것입니다.
위태로운 인심에 자신을 맡기고 하고 싶은 대로 마구 살아가는 인간들, 이런 오묘한 진리에도 마음을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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