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간다
윤오성
거기 있어 산에 간다지만
산은 내 안에 있다
정상을 밟고도 아직 가야할 산이 많다고 하고
초입 약수터까지 가고도 산에 갔다왔다 한다
심지어 산에 가야지 하고 마음먹은 것 까지
산에 간다고 말한다
각기 모습을 달리 할 뿐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산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산을
오늘은 저만치 던져놓고 먼 산 보듯
먼 산 보듯이 해야겠다
산에 들었으면 한번은 능선을 타야한다지만
한계를 알고 포기하는 것 또한 아름답기에
산에 간다. 간다 하면서
먼 산 보듯 하는지도
- 시집『물집을 부수다』(시평사, 2007)
▶윤오성
1956년 충북 제천 출생.199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육체의 길' '뒤척이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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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정상 에베레스트는 고립무원이다. 더 쳐다볼 곳 없는 곳에 당도하면 아래를 내려다 볼 수밖에 없는 그것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계에 있다. 수목한계선 너머 산지 벼랑 끝에 둥지를 튼 솔개가 정상을 누리는 건 아니다. 지구촌 시선이 축구공 하나를 따라붙은 월드컵과 김연아의 환호처럼 벅찬 감격을 맞이한 정상을 영원히 유지하게 하는 건 긴장의 고립무원이다. 정상이란 바닥이 받쳐주는 것. 영웅의 수고를 격려해 편히 쉬게 하는 것도 응원자 몫이다. 누구에게나 고지는 있다. 시정 주가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살이가 그렇듯 올랐으면 내려가야 하는 산.
-박정애·시인 / 국제신문[아침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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