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4일(목) 사순 제1강의 <안중근장군과 하느님사랑>

자기다움을 회복하는 수행의 계절(모든 관계를 올바르게 되돌리는 사순절)

1. 올바른 관계
“복음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을 보여주십니다. 인간은 오직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로마 1,17)
“하느님께서는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무런 차별도 없이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십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죄에서 풀어주시고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은총을 거저 베풀어주셨습니다.”(로마 3,22-24) 아담은 아담이 되고, 하와는 하와가 되고. 뱀은 뱀이 되고.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몫을 존중하고. 그래서 높은 데서 하느님께 영광, 땅에는 마음이 착한 이에게 평화.
2. 관계의 어려움
“공자님, 일생 가지고 살 수 있는 글자 하나만 가르쳐 주십시오.” “어려울 난(難)!”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라서 힘들다. 땅(자연)과 같이 살아야 하고, 하늘(하느님)과 같이 살아야 하고, 인간과 같이 살아야 한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와 하나가 되면 인간은 무서운 재능을 발휘할 수 있고, 한 없이 행복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 세 가지와 하나가 되지 못하면 인간에게 미치는 재난은 매우 크다고 했다. 고로 천지인 삼재는 행복할 수 있는 재능(才能)도 되고, 불행할 수 있는 재난(災難)도 된다.
이 세 가지가 조화된 것을 인이라고 한다. 인(仁)은 하늘 한 점과 수평선으로 땅을 표시하는 한 금과 사람 모습을 그린 사람 인 자가 합쳐져서 어질 인자가 된다. 인이 관철되어야 할 근본 관계가 다섯이라고 했다.
1) 부자유친(父子有親) | 부자유원(遠) * 멀 원 부모와 자식은 인위적으로 친해지려고 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부모와 자식 사이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자꾸 멀어져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 군신유의(君臣有義) | 군신유부(附) * 아부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언제나 정직과 의리가 인위적으로 강조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군신관계가 권력의 관계로 부패하기 쉽고 아부하기 쉬워 부정과 부패가 자연적으로 따르기 마련이기에 언제나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3) 부부유별(夫婦有別) | 부부유착(着) * 달라붙을 착 남녀와 부부는 가만 내버려두면 너무 가까워지고 자꾸 가서 함께 있으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이것을 떼어 놓아야 겨우 사회질서가 유지된다.
4) 장유유서(長幼有序) | 장유유절(節) * 끊을 절 어른과 젊은이의 관계는, 노인은 기력이 약해지고 젊은이는 힘이 강해져서 가만 내버려두면 힘이 센 젊은이가 힘이 약한 늙은이를 업신여기게 되므로 사회는 언제나 억지로라도 늙은이와 젊은이의 차례를 두어 젊은이가 늙은이를 존경하도록 해야 한다.
5) 붕우유신(朋友有信) | 붕우유용(用) * 쓸 용 친구 간에는 가깝기 때문에 무엇을 부탁하고 같이 일하다가 이해가 서로 상반하게 되면 그만 배신하고 의리를 잘 지키지 않게 되니까 친구 간에는 절대 이해를 삽입하여 신의를 깨는 일을 하지 말고 힘써 도의를 지키고 서로 믿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관계를 되돌리는 길은 자아의 발견
- 너는 누구인가? - 하느님이 예수님에게 맡긴 일 - 예수님이 안중근 장군에게 맡긴 일
사자후(獅子吼) | 옛날 어미 사자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포수는 그것도 모르고 어미 사자를 쏘아 버렸다. 포수는 새끼를 안고 집에 돌아와 양의 젖을 먹이고 양과 같이 길렀다. 양젖을 먹으며 자란 사자는 어느덧 양과 같이 풀을 뜯고 양이 우는 대로 ‘매’하고 울었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빠 사자가 양 우리에까지 오게 되었다. 아빠 사자는 무서운 목소리로 사자후를 하였다. 산이 흔들릴 듯 천지가 진동하였다. 이때 오랫동안 잠자던 새끼 사자의 본질이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도 무섭게 한 번 사자후를 하였다. 태산이 움직일 듯 우렁찬 소리였다. 아빠 사자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훌쩍 담을 넘어 개 한 마리를 물어뜯었다. 사자의 본성이 깨어난 것이다.
사람은 본래 사자였다. 사람은 본래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다. 언제부터인지 사람은 죄의 풀을 뜯고 ‘매’하는 악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하느님의 화신이 나타났다. 무서운 사자후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무수한 심령들이 깨어 나왔다. 그리하여 사자후를 울부짖기 시작했다. 풀을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먹는 것이다. 사람은 떡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산다. ‘매’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사자후를 하는 것이다.
4. 모든 관계가 일그러진 백 년 전의 조선
일본의 침략과 수탈
백 년 전 소작농사꾼들은 참 불쌍했다. 기본소작료 5할을 지주에게 바치고, 수리조합비, 비료값, 종자값, 타작마당사용세, 운반비, 개간비와 같은 각종공과금을 빼고 나면 수확량의 7할 이상, 심하면 8할에서 9할까지 뺏겼다. 땅 없는 설움은 나라 빼앗기고 더욱 컸다. 일본사람들이 와서 소작 기한을 1년으로 정하고 계약내용은 반드시 문서로 꾸미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정해진 절반만 바치면 소작 떼이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강점 초기 한반도의 농토는 일본에 비해 열 배에서 서른 배까지 싼 값인데다가 소작료가 장장 수확량의 절반이었다. 그래서 일본사람이 우리 땅을 사서 소작을 줄 경우 투자이윤이 연간 2할3부에서 3할1부에 달했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장사가 또 있을까. 반면 해마다 땅을 얻어야 하는 농민들은 얼마나 죽을 지경이었다. 풍년농사였더라도 이리저리 뜯기고 나면, 밥은 죽으로, 쌀은 잡곡으로, 그 잡곡도 만주산 조로 연명해야 했다. 그나마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었고 대부분은 술 찌꺼기나 쌀겨를 조금 섞고 야채나 마른 풀잎사귀로 끓여 만든 멀건 죽으로 목숨을 이어갔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릿고개 지나 칠팔 월에 이르면 그때 벌써 땟거리를 빌려 먹는 자가 부지기수였고, 추수기에 이런 부채를 갚고 소작료 물고 나면 남는 식량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또 꾸어먹다 보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 때문에 결국에는 딸이나 아내까지 빼앗기고 정 못 견디겠으면 야반도주로 가깝게는 깊은 산에, 멀리는 만주나 간도로 건너가 화전민이 되거나 유민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당하고도 바보처럼 꼼짝 못하고 지냈을까? 물론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악조건에서 암암리에 뭉쳐진 농민의 힘이 거국적으로 폭발한 일이 바로 삼일운동이었다. 만세운동은 그래서 타오른 들불이었다. 만백성이 밋밋하기 짝 없는 그깟 기미독립선언문 쪼가리 한 장 때문에 분기탱천하지 않았다. 규모에 있어서 전국적이었고, 방법에 있어서 투쟁적이었던 삼월의 봉기는 어떻게 해서라도 지긋지긋한 수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농민들의 안간힘이었던 것이다. 그 투쟁에서 죽은 농민이 자그마치 8천여 명, 검거된 농민만 5만 3천여 명이었다. 땅이 없어서 수탈당하던 농민들은 그래서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9년 전 안중근이 들려준 사자후의 힘이었다.
오늘의 8할은? 백 년 전에는 전인구의 8할이 농민이었고, 농민의 8할이 소작농이었으며, 소작농의 8할이 절량농가였던 식민지시대였다. 지금은 용산처럼 재개발이 벌어지면 팔 할이 철거민이 되어 눈물을 흘리며 쫓겨난다.
5. 이토 히로부미와 안창호의 대화
이토 | 그대가 한국 삼천리 남북을 두루 다니면서 연설을 하는데, 그 목적은 무엇인가?
도산 | 귀하가 50년 전 일본 강산에서 일본을 위해 하던 그런 사업을 나는 오늘 조선에서 조선을 위하여 하려는 것이다.
이토 | 그대의 연설은 이 연설집에 의해 잘 알고 있다. 그대는 열렬한 애국자다. 나는 일본인이지만 그대의 조선을 사랑하는 애국열은 잘 알고 있다. 나는 일본 유신(維新) 공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조선도 훌륭한 나라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흉금을 열고 말하자.
도산 | 만일 일본이 조선을 위한다면, 그리고 조선의 자주독립을 용허한다면 일본은 어찌하여 한인으로서 조선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자이면 조금도 가차 없이 체포하고 투옥하는가. 이것이 조선을 위해 주는 것인가?
이토 | 그것은 나의 생각을 이해치 못하는 하부의 자들이 잘못하는 일이다. 내 평생의 이상이 셋 있으니 하나는 일본을 열강과 각축할만한 현대국가로 만드는 것이요, 둘째는 조선을 그렇게 하는 것이요, 셋째는 청국을 그렇게 하는 것이라. 일본에 대해서는 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일본만으로는 서양 세력의 아시아 침입을 막을 수 없으니 조선과 청국이 일본만 한 힘을 가진 국가가 되고 서로 사이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지금 조선의 재건에 전심전력을 경주하고 있거니와 이것이 완성되면 청국으로 가겠노라. 그대는 나와 같이 이 큰 사업을 경영하지 않겠는가. 내가 청국으로 갈 때 나와 함께 가서 세 나라의 정치가가 힘을 합하여 동양의 영원한 평화를 세우자.
도산 | 세 나라의 정립친선이 동양 평화의 기초라는 데는 동감하며, 그대가 그대의 조국 일본을 혁신한 것을 치하하며, 조선을 사랑하여 도우려는 호의는 감사한다. 그런데 그대가 조선을 가장 잘 도울 방법이 있으니 그것을 아는가?
이토 | 그 방법이 무엇인가?
도산 | 일본을 잘 만든 것이 일본인인 그대였던 것처럼 조선은 조선인으로 하여금 혁신하게 하라. 만일 메이지유신을 미국이 와서 시켰다면 그대는 가만히 있었겠는가. 그뿐 아니라 유신 그것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중에서
도마 안중근(1879.9.2-1910.3.26) 장군, 모든 관계의 회복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일인 자기봉헌의 길에 나서다.


저희 유무상통마을에서는 매년 사순특강을 준비하여 부모님들과 산하시설의 돌보미들,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에게 좋은 말씀의 기회를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3회의 기회를 갖는 사순특강을 들으시고 많은 은혜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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