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연화산 옥천사의 가을은 황금의 세상이다.

문근영 2010. 6. 11. 11:30

 연화산 옥천사의 가을

 

꼭 연꽃 형상이다. 옥천사 들어가는 길 목, 옥천소류지를 막 돌아 가면 연화 1봉, 연화봉, 남산이 갓 피어난 연꽃잎처럼 뾰족뾰족 솟아 있다. 산은 등치가 크거나 능선이 길지도 않지만 자그마한 봉우리들이 옥천사를 둘러치고 기운차게 솟아 있다. 연화산 [蓮花山]은 산의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옥녀봉, 선도봉, 망선봉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이름아 바뀌어서 제 이름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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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산은 봉우리마다 조금 급하긴 해도 이어주는 산자락이나 고개들이 순탄하고 길이 잘 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길이 있어 가겠지만 길 아닌 숲아래도 낙옆이 따스해게 깔려 있어 보는 눈이 더 즐겁다. 이 산을 걷다 보면 산행보다 더 솔솔 한 재미는 청연암, 백연암, 옥천사를 들려 보는 일이다. 옥천사는 연화 꽃봉오리인 중심에 자리하고 있고 백연암은 연화 1봉 자락에 있으며 청연암은 남산을 넘어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길목에 있다. 모두가 하나 같이 가을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소박한 절들이다.

 

옥천사는 봄이면 연두색 새 이파리가 좋고, 여름이면 계곡과 더불어 녹음이 울창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곱고 겨울이면 고즈넉 해서 좋다. 깊지 않는 계곡이지만 나무와 바위들이 함부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미를 살려 잘 가꾸어 놓은 정원 같다. 특히 옥천소류지를 돌아 절집으로 가는 계곡에는 세월을 새긴 나무며 바위들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어 마음이 함께 가라 앉는다.

 

특히 연화산 가을 단풍은 다른 산과 달리 오밀 조밀하면서도 부드럽고 요란하지 않지만 환해서 좋다. 화려하지 않는 파스텔 톤이라서 좋고, 보는 이로 하여금 들뜬 기분 보다는 차분하게 가을의 서정을 느끼게 해서 좋다.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깊이를 느끼게 하고 추억이 묻어 나게 하는 그런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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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주차장(공룡화석지)에서 연화 1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으나 무리하지 않고 호젓한 길을 걷고 싶다면 백련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옥천사 일주문을 지나 백련암 옆 길을 따라 오르면 바로 연화 1봉이다. 여기서 황새고개로 내려 적멸보궁에 들렸다 다시 연화봉을 오르고 남산에 올라 청연암으로 내려 오면 된다. 남산 고개에서 청연암으로 내려 오는 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렇게 호젓하고 조용하고 낭만적인 산행이 또 있을까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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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만이 아니다. 황새고개에서 적멸보궁 가는 길이나 청연암 가는 길 또한 완만하고 보드랍다. 더러는 측백나무 푸른 숲이 드문드문 시원함을 주기도 하지만 거개가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는 길에다 노란 가을 빛이 익어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곳이다. 더구나 참나무와 느티나무, 소사나무의 작은 잎들이 가을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은 어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산 만의 정취이다.

 

산을 내려와 옥천사에 들리면 노란 은행나무가 먼저 반긴다. 법당 앞 뜰에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날엔 온 절이 샛노랗게 물들어 눈이 부시고 정신이 밝아 지고 마음이 행복해진다. 마치 신비한 거울 속 세상이나 환상적인 꿈의 세계나 고귀한 황금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황금 빛 은행잎을 밟으며 이 이상 고귀함이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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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정신을 일깨우고 싶은가, 아니면 아름다운 감성을 불러 일으키고 싶은가. 그것도 아니면 사색을 즐기며 명상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걸어라. 산책이야 말로 심오한 지혜와 맑은 정신과 아름다운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여기 연화산 봉우리를 이어주는 길따라 걸으면 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연화산 옥천사의 가을 분위기에 젖고 싶으면 11월 중순에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08. 11. 16  Forman (정홍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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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으시는 곡은 Mehdi의 Evolution Of The Hear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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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홍 택 (010-3608-9505)
 산, 숲, 야생화, 아름다운 자연 속에 꿈과 희망을~~!!
 
저의 홈페이지 숲과사람 (forman.pe.kr)에  오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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