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茶山이야기] 3천의 백성을 죽인 비극 / 박석무

문근영 2010. 6. 1. 08:02

3천의 백성을 죽인 비극


다산은 18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와, 그 4년 뒤에 찾아온 61세의 회갑을 맞아 자신의 일대기인 「자찬묘지명」을 지어 자신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이어서 신유옥사에 억울하게 죽어간 선배나 동료들의 일대기도 「묘지명」이라는 문체를 빌려 자세하게 서술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자신보다 20세 연상으로 당대의 천재 실학자이자 성호 이익의 종손(從孫)으로 자신의 선학인 정헌(貞軒) 이가환(李家煥 : 1742-1801)의 묘지명입니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천재였으며, 그가 또 얼마나 억울하게 죽어갔는가를 비장한 문장으로 남겼습니다.

그 글에서 다산은 『맹자(孟子)』를 인용하여, “모든 대부(大夫)들이 죽여야 한다고 해도 들어주지 말고, 온 나라 사람이 모두 죽여야 한다고 한 연후에 다시 조사해 보아 죽일 만한 일이 나타나야 죽인다”라고 말하여 사람을 죽이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80년 5월 광주의 처참한 양민학살을 경험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1988년 8월 8일, 이른바 ‘8888민주화시위’ 때 군부독재세력이 양민 3천명 이상을 학살했습니다. 이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상황이 요즘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는 승려와 시민의 시위에 또 다시 발포하여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현상을 다시 보면서, 새삼스럽게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다산의 주장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 한 사람을 죽이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해도 무고한 백성을 죽여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성현의 말씀이 있는데, 수 백명, 수 천명을 파리 목숨처럼 날려 보내고 집권을 해서 20년이 다 되도록 독재하는 나라가 있으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얀마의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따님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10년이 넘게 연금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광주인권상까지 받았던 그를 그렇게 학대한 군사독재정권은 하늘도 무섭지 않아, 또 다시 양민과 승려들을 학살하고 있으니 천도가 있는 세상인가요.

6.10항쟁을 20년 전에 겪은 우리들. 그 비참한 미얀마의 백성들을 어떻게라도 후원해서 미얀마에 자유와 인권의 햇볕이 들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인데, 인명을 존중하던 다산의 뜻에 따르기 위해서라도 미얀마 인민들의 해방을 위한 힘 보태기에 동참할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