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다산포럼] 언론계, 50대를 다시 봐야 / 김민환

문근영 2010. 5. 28. 17:39

언론계, 50대를 다시 봐야


이명박 캠프에 들어간 언론인의 면면이 지면에 몇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누가 신문사나 방송사를 창설한다 해도 그만한 인재들을 그 정도로 스카우트할 수 있을지 모를 만큼 쟁쟁한 언론인들이 이 후보를 돕고 있는 모양이다. 이 후보 쪽에 유난히 많은 건 사실이지만 다른 대선 후보 캠프에도 전 현직 언론인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언론인들, 선거캠프에 몰려
 
왜 선거철만 되면 언론인들이 대선 후보 주변으로 몰려들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언론인 출신 가운데 정계로 나가 성공한 예가 많다. 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힌 정동영 후보가 그 좋은 예다. 그는 문화방송의 앵커로 이름을 날리다 정계로 가 일약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지금 여야 정당에는 제2의 정동영을 꿈꾸는 언론인 출신이 부지기수로 많다.  

사실 언론계 출신을 반기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일부 기업이 홍보분야에 언론인을 영입하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홍보업무란 현직 언론인을 섬겨야 하는데 구직이 현직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하기 십상이어서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 다른 분야에서는 아예 언론인 출신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계는 다르다. 정치와 언론은 상호 이용가치가 매우 높다. 적응하기도 쉽다. 그래서 여건이 무르익으면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캠프로 간다.   

언론분야에 유난히 지원기구나 유관기관이 많아 위험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유인(誘因)이다. 여러 부처 가운데 문화관광부만큼 산하에 많은 기관을 거느린 부처도 드물다. 이런 기관의 임원 자리를 캠프 소속 전직 언론인에게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전현직 언론인들이 선거캠프에 몰려드는 데는 언론계의 내부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50대 초중반에 정년을 맞는다. 50이면 이제 천명을 아는 나이로 언론을 천직으로 삼아 경륜을 펼 나이인데 세상일을 알만 한 나이가 되자 곧 언론계를 떠나야 한다.  

짧은 정년과 조기 퇴직의 그릇된 관행 바뀌어야
 
정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정년을 채우는 언론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우리 언론계에서는 50대 무렵일 때 같은 기(期)가 윗자리에 오르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표를 던진다. 기자로서 유능한 이와 간부로서 유능한 이가 따로 있을 법한데 아무리 유능한 기자라 할지라도 제때 간부가 되지 못하면 기자직마저 버려야 한다. 알다가도 모를 관행이다. 유능한 언론인 가운데는 그렇게 하여 표표히 언론계를 떠난 이가 많다.   

방송계는 접어둔다 하더라도 최소한 신문 산업만은 이런 고용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사정이 나아지자 우리나라는 몰라보게 노령화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은 사람은 새로운 매체에 익숙하겠지만 50대 중반이 넘으면 뭐니 뭐니 해도 신문에 집착한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무시 못 할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신문은 전통매체에 대해 애정이 없는 청년층에 끊임없이 러브 콜을 보내지만, 그들 보다는 충성도 높고 영향력 있는 50대 이상 연령층을 주목해야 한다. 과녁을 그렇게 바꾸자면 언론인 정년도 최소한 5-6년은 늘려야 한다.  

물론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이를테면 임금 피크제 같은 것이 그것이다. 함부로 부려먹지 못할 고임금의 고참 두어 명을 자르면 빠릿빠릿한 젊은 기자 대여섯을 쓸 수 있는 셈법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경영진이 정년 연장에 동의할 리 없다. 경영진의 임금 부담은 줄이고 언론인의 일할 기회는 보장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어쨌든, 50대를 다시 봐야 새 길이 열린다.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글쓴이 / 김민환
· 고려대 교수 (1992-현재)
· 전남대 교수 (1981-1992)
· 고려대 언론대학원 원장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한국언론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