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茶山이야기] 주고받는 일도 격에 맞아야 / 박석무

문근영 2010. 5. 28. 17:44

주고받는 일도 격에 맞아야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인정(人情)이 넘치는 일이어서 어떻게 보아도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표(情表), 정의 표시로서의 선물이어야 격에도 맞고 아름다운 일이지, 거기서 조금만 범위를 넘으면 받는 사람도 찜찜하지만 주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겁니다. 서로 간에 부담 없고 마음 편한 선물이어야지, 요즘 세간에 떠들썩하게 문제된 선물 주고받기처럼 도에 넘고 격에서 벗어난 선물인 경우는 오히려 죄악으로 취급받는 불행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던 1950년대나 60년대만 해도, 명절에 정표로서 조그만 선물을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어서, 받는 쪽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지니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4~50리 밖에 선산이 있어서 후손들이 직접 묘소를 돌보거나 벌초조차 할 수 없는 경우, 선산 인근의 지인들이 묘소를 돌봐주기도 하고 벌초까지 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명절이면 절대로 놓치지 않고 조그만 선물을 하는데, 그런 것을 우리는 ‘정표’라고 말했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닭 한 마리면 훌륭한 선물이었고, 돼지고기 2~3근이면 족한 선물이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수령(守令 : 현감·군수)의 직에 있는 경우, 베풀기를 즐기라는 ‘낙시(樂施)’라는 조항을 두었습니다. 무턱대고 베풀기를 즐기지 말고 격에 맞고 아름다운 선물주기를 하라는 본보기로, 창강 조속(滄江 趙速 : 1595-1668)과 호주 채유후(湖洲 蔡裕後 : 1599-1660)와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창강은 장령·진선(進善) 등의 좋은 벼슬에 오른 선비인데 임피현령을 지낼 때, 예조참의에 대제학을 지낸 호주가 청백하게 초가집에서 사는 것을 존경스럽게 여기면서, 대나무 껍질로 대나무자리를 만들어 호주의 초당에서 사용하면 격에 맞으리라 믿고 선물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무렵 호주는 형편이 나아졌는지 초당에서 기와지붕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는, 기와집에 대나무자리는 어울리지 않으니 보내지 않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호주 채유후는 뒤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는 부끄러운 마음을 이길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격에 맞지 않다고 보내지 않은 창강도 멋있고, 그걸 부끄럽게 여긴 호주도 멋있지 않은가요. 옛사람들은 주고받는 일이 그렇게 멋있었습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