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가난한 여인의 등불

문근영 2010. 5. 23. 12:53

한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여인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밥을 빌어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 어느날 온 성안이 떠들썩한 것을 본 여인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 나라의 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옷과 음식과 침구와 약을 공양하고, 오늘 밤에는 또 수만개의 등불을 밝혀 복을 비는 연등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 성안이 북적거립니다."

  이 말을 듣고 여인은 생각했다. 왕은 많은 복을 짓는구나.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어떻게 할까? 나도 등불을 하나 켜서 부처님께 공양했으면 싶은데.....

여인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구걸하여 동전 두닢을 마련했다. 동전 두닢으로 기름을 사러 온 여인을 보고 기름집 주인은 이 기름을 어디에 쓸거냐고 물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제 그 부처님을 뵙게되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나는 가난해서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으니 등불이라도 하나 켜서 부처님께 바칠까 합니다."

   여인의 말에 감동한 가게 주인은 기름을 곱절이나 주었다. 여인은 그 기름으로 불을 켜 부처님이 다니시는 길목에 걸어두고 마음속으로 발원하였다.  저는 가난한 처지라 이 작은 등불을 부처님께 공양 하나이다. 보잘것없는 등불이지만 이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지혜의 광명을 얻어 모든 중생의 어둠을 없에게 하여지이다."

   밤이 깊어지자 다른 등불은 다 꺼졌지만 여인의 등불만은 한결같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등불이 다 꺼지기 전에는 부처님이 주무시지 않을 것이므로, 시자인 아난다는 손으로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가사 자락으로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았다. 부채로 끄려고 했지만, 그래도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부처님이 그 모습을 보고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부질없이 애쓰지 말라. 그것은 가난하지만 마음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켜진 등불이므로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등불의 공덕으로 여인은 다음 세상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라."

   이 말을 전해 들은 왕은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석 달 동안이나 부처님과 스님들께 큰 보시를 하고 수만 개의 등불을 켰습니다. 저에게도 미래의 수기(예언)를 내려 주십시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불법(깨달음에 이르는 올바른 법)이란 그 뜻이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며 깨닫기도 어렵소. 그것은 하나의 보시로서 얻을수도 있지만, 백천의 보시로도 얻기 힘든 경우가 있소. 그러므로 불법을 바르게 깨달으려면 먼저 이웃에게 여러 가지로 베풀어 복을 짓고, 좋은 친구를 사귀어 많이 배우며, 스스로 겸손하여 남을 존경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쌓은  공덕을 내세우거나 자랑해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하면 훗날 반드시 깨달음을 얻을 것이오."

    왕은 속으로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

                      법정스님 / 인연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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