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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교토의 두 얼굴 / 김문식

문근영 2010. 5. 20. 14:44

교토의 두 얼굴


김 문 식(단국대 사학과 교수)


한국인에게 경주가 천년 고도라 한다면 교토(京都)는 일본의 천년 고도라 할 수 있다. 794년에 헤이안(平安)의 수도가 건설된 이후 1867년 천황이 복권하기까지 교토는 천년 이상의 세월을 일본의 수도로 기능했다.


키요미즈테라(淸水寺), 우리와 인연 있는 세계문화유산


교토에 있는 키요미즈테라(淸水寺)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찰이다. 건물 대부분이 일본의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사찰 전체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찰의 본당 건물은 회나무 껍질 지붕을 하고 단청을 입히지 않은 목조 건물인데, 고색창연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있다. 이 건물은 1633년에 재건축되었지만 헤이안 시대의 궁전이나 귀족 저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천년 고찰에 잠겨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고, 교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도 일품이다.


1607년에 통신사로 갔던 경섬은 키요미즈테라를 다녀갔다. 그는 쇼군을 만나기 위해 교토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여러 곳을 구경했는데, 이곳을 둘러보고는 “절이 산 중턱에 자리 잡았는데, 계곡이 청절하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무성하다. 높은 누각이 시내에 닿았는데 높이가 열 길이나 되어 내려다보면 정신이 아찔했다”고 했다.


키요미즈테라는 사실 고대부터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찰이다. 이곳을 처음 건설한 사람은 백제계 도래인의 후예인 사까노우에노타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였는데, 당시 그의 지위는 진수부(鎭守府)의 쇼군이었다. 키요미즈테라는 발해와도 인연이 있다. 헤이안 시대에 발해는 일본과의 교류를 계속했는데, 811년에 교토를 방문한 발해국의 사신이 이곳에서 개최된 성대한 연회에 참석했다. 이러한 인연은 현대로 이어져 헤이안 건립 1200주년이 되던 1994년에는 북한과 일본의 우호를 기원하는 축제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귀무덤과 코무덤,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적


교토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들이 조선인의 귀를 베어간 귀무덤(耳塚)이 있다. 귀 뿐만 아니라 코를 묻었다고 하여 코무덤(鼻塚)이라고도 한다. 정유재란 때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리품으로 조선인의 귀나 코를 베어오게 했고, 귀와 코를 담은 항아리가 일본에 도착하자 이를 교토와 오사카의 백성들에게 보인 다음 현재의 자리에 귀무덤을 조성하게 했다. 귀무덤에는 적어도 10만 명 이상의 귀와 코가 묻혀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귀무덤 인근에는 다이부쓰사(大佛寺)가 있었다. 1586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었지만 지진으로 건물이 파괴되자 그의 아들이 재건한 사찰이다. 그런데 1719년에 통신사가 교토를 방문했을 때 일본 측에서는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통신사 일행은 사찰이 조선의 원수인 도요토미의 원당(願堂)이므로 참석할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위조된 책을 만들어 보이면서 도요토미의 원당이 아니라고 우겼다. 결국 정사와 부사, 제술관이 연회에 참석했는데, 조선으로 귀국한 후 이들은 지탄을 받았다. 일본 측은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연회를 베푼다고 했지만, 사실은 인근에 있는 귀무덤의 존재를 상기시키면서 은근히 사신단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교토의 귀무덤 일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귀무덤 인근에는 호코지(方廣寺) 사찰과 도요토미의 신주를 모신 도요쿠니(豊國) 신사,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가 자리하고 있는데, 다이부쓰사는 이들 지역을 모두 포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곳에서 멀지 않은 아미타산 정상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다. 도요토미의 무덤과 사당은 도쿠가와 바쿠후가 들어서면서 훼철되었다가 1880년에 메이지 정부에 의해 새로 조성되었다. 메이지 정부가 천황을 복권시키고 한반도의 식민지화를 추진하면서 도요토미의 조선 침략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려했던 의지가 담겨있었다.


한국인에게 교토는 두 가지 얼굴로 나타난다. 평화와 침략을 상징하는 공간이 함께 있는 일본의 고도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 김문식

· 단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

· 저서 : 『조선후기경학사상연구』, 일조각, 1996

           『정조의 경학과 주자학』, 문헌과해석사, 2000

           『조선 왕실기록문화의 꽃, 의궤』, 돌베개, 2005 

           『정조의 제왕학』, 태학사,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