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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 주간서신] 소통의 리더십 / 김태희(다산연구소 기획실장

문근영 2010. 5. 3. 09:24

훌륭한 지도자는 


(지도자에는 네 가지 등급이 있다.)

으뜸은, 사람들이 그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不知有之).

그 다음은, 사람들이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그를 찬양한다(親而譽之).

그 다음은,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한다(畏之).

그 다음은, 사람들이 그를 업신여긴다(侮之).


훌륭한 지도자는 조용하여 말을 아낀다(貴言).

공을 이루고 일을 마치면 사람들은 모두 말한다.

“우리가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라(我自然)”고.

- 노자, <도덕경>17장

 

 


소통의 리더십


김태희(다산연구소 기획실장)


정치인 노무현은 말을 잘 했다. 변호사답게 논리적이었고, 그의 직설화법은 진솔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말은 그가 정치인으로서 인기를 얻은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말로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다. 소통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말은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 이명박은 말하는 것이 위태로웠다. 그 와중에도 “말 잘하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대단히 현명했다. 우리는 말만 잘하고 실속 없는 사람에게 실망한 경험들이 있어서 잘 알기 때문이다. 말 잘 하는 사람을 싸잡아서 말만 잘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주게 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말은 접어두고 일 잘하는 사람으로 부각시켰다. 이명박 후보의 발언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정치란 ‘일’ 뿐만이 아니라 ‘말’도 잘해야


세종이 전공(戰功)을 세운 최윤덕을 정승으로 기용하고자 하면서 고심했다. “정승(相)은 그 임무가 지극히 무겁다. 따라서 전공으로 그 벼슬을 줄 수 없다.” (<세종실록>15/05/16) 공로가 있다 하여 바로 정승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공로가 있으면 포상을 하면 그만이다. 정승이란 자리는 오직 그 일을 해내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세종의 생각이었다.


세종은 일찍이 최윤덕의 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소통능력이었다. “최윤덕은 정승이 될 만한 인물이다. 다만 말이 절실하지 못한 것이 많다.” (<세종실록>14/06/09) 세종은 최윤덕이 무관출신이어서 말을 못하여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을 걱정했다. 정치란 ‘일’ 뿐만이 아니라 ‘말’도 잘해야 한다는 것이 세종의 생각이었다.


소통은 정치의 중요한 영역이다. 정치란 적군도 아군도 모르게 해치우는 군사작전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설득과 대화를 통해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좋은 정치라 할 수 없고 결국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없다.


요즘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면, 대부분 절대선이나 절대악의 택일 문제가 아니다. 종교적 또는 도덕적 소신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주로 공동선(共同善)의 문제일 것이다. 공동선을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를 얻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반대의 소리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묵살해버린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국민통합도 요원해진다. 국민통합은 반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대화와 설득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함께 의논하자(同議)”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통의 문제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소통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인터넷 세계에서조차 말은 일방적이고 억지여서 소통과 거리가 먼 상황을 본다. 소통을 위해선 겸허한 자세와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에서 필요한 것은 달변이 아니라 경청이라는 점도 명심할 일이다. 세종이 자주 한 말이 “함께 의논하자(同議)”가 아니었던가. 


연구소에 책 한 권이 배달되어 왔다. 바로 <세종처럼>이라는 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박현모 교수가 여러 차례 ‘세종실록학교’를 운영하면서 정선한 내용을 읽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위에서 말한 최윤덕 이야기는 이 책에서 한 대목 옮긴 것이다. 부제가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이다.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이다. 마침 새 정부가 출범하고 총선 앞둔 정가에서는 저마다 ‘섬기는 정치’를 강조한다. 반가운 일이다. 더하여 ‘소통의 리더십’도 발휘하길 바란다. “세종처럼 합시다!”

 


글쓴이 / 김태희

· 다산연구소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