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다산포럼] 당신이 조그만 개발이익에 현혹된 사이에 / 정지창

문근영 2010. 5. 3. 09:18

당신이 조그만 개발이익에 현혹된 사이에


                                                           정 지 창(영남대 독문과 교수)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계획이 추진되면서 지역의 유지들과 언론들이 앞 다투어 대운하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지역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지자체 장을 중심으로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한 지역 신문의 사설대로 ‘대운하의 타당성 논리를 개발’하느라 부산하다.

갈등과 분쟁의 지역개발, 결국 지역토호와 땅 투기꾼 배만 불리고

경제적 타당성이 있으므로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운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환경파괴나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은 마치 배신자처럼 왕따 당하고 각종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우리는 방폐장 건설 같은 지역개발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보아왔다.

오래 전 경주에 경마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추진되었을 적에 나는 경마장이 천년고도 경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역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무심코 한마디 했더니 당장 반응이 왔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쌍소리로 욕을 하든가, 점잖게 본관이 어디고 고향이 어디냐고 캐묻는 통에 혼이 났다. 이런 전화를 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지역의 토호이자 땅부자들이라고 경주 지역의 알 만한 사람이 내게 귀띔해준 기억이 난다.

그러니 지역 언론에서 주최하는 토론회도 일방적인 찬성론자들의 궐기대회나 단합대회가 되기 일쑤다. 찬성론자들만 모아놓고 공청회를 열어 이른바 영어몰입교육은 세계화시대의 필연이라고 밀어붙이려 하는 이 정부에서 토론회나 공청회는 일종의 통과의례나 여론몰이 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주최측에 유리한 참석자들을 선정하는 것은 관치행정의 오랜 관행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땅과 물과 태양과 바람인데

벌써부터 낙동강 주변 지역의 땅값이 들썩이고 투기 바람이 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운하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결국 땅값 폭등으로 땅 투기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지역 토호들의 주장은 지역 언론에 의해 여론으로 확산되고 정부는 이를 운하사업의 추진력으로 삼을 것이 뻔하다. 당장 4월 총선에서도 여당은 지역개발과 대운하 사업을 내세워 눈앞의 조그만 개발이익에 현혹된 지역민들의 표를 쓸어 담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면, 국회에서 다수의 힘을 앞세워 대운하 사업을 밀어붙이지 않겠는가.

눈앞의 돈벌이에 눈이 먼 투기꾼들과 건설업자들에게는 경제보다 중요한 것이 땅과 물과 태양과 바람이라는 봉암사 스님들이나 국토순례단 시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계천을 시멘트로 덮고 고가차도를 만들더니 얼마 후에 이를 걷어내고 시멘트로 인공하천을 만드는 과정이, 정부관료들과 성장론자들의 눈에는 자연을 거스른 개발의 미욱함과 어리석음의 징표가 아니라 효과적인 도시개발과 환경복원의 성공사례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글쓴이 / 정지창
· 영남대학교 독문과 교수
· 전 민예총대구지회장
· 저서: <서사극 마당극 민족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