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茶山이야기] 지도자의 덕성과 언어 문제 / 박석무

문근영 2010. 5. 2. 10:56

지도자의 덕성과 언어 문제


옛날의 속담은 진리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천냥 빚도 말 한 마디에”라는 속담은 어떻게 생각해도 진리에 가깝기만 합니다. 똑같은 사안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인심을 얻기도 하지만 크게 인심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덕망과 능력을 지닌 지도자라도 똑같은 사안이지만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현저하게 달라집니다.

천냥의 빚을 지고 있을 때 변제하라는 독촉이 심한 경우, 말만 곱게 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정도로 사정을 간곡하게 설명해주면, 10년 뒤에 갚으라고 말하여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나, 말을 곱게 하지 않다가는 그냥 소송에 걸려 재산을 압수당하거나 경매에 부쳐 망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산은 이런 말의 중요함에 대하여 세세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거관사설(居官四說)」이라는 짤막한 글에서 말씨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도자의 자질이 판별되는 문제를 거론하였습니다. “이 지방은 인심이 고약하구나”라는 한 마디 말에 천 사람의 인심을 잃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어떤 지방의 통치책임자로 발령받아, 어떤 고약한 범죄자를 만나 그 지방 전체가 모두 그런 고약한 사람들만 사는 것으로 싸잡아 욕하다가는 모두의 인심을 잃고 만다는 것입니다. “영남이건 호남이건 사람의 마음과 살아가는 이치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마을에도 충직하고 신의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공자가 살던 마을에도 역시 미치광이들은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하면서, 특정 지역의 인심만이 특별히 고약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지방에는 본래 좋은 풍속이 있던 곳인데, 너는 왜 그런 좋은 풍속을 더럽히느냐?”라고 말한다면 그 지방 전체 인민들의 인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말 한 마디가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나 큽니다. 지난번 최고 통치자가 애쓰며 정치를 하고도 말 몇 마디에 인심을 크게 잃고 정권까지 빼앗긴 사례를 우리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똑같은 내용의 말도 하기에 따라 ‘아’에 다르고 ‘어’에 다르듯이 한 마디 말은 그렇게 중요합니다. ‘남자일언중천금(男子一言重千金)’이라는 속담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요즘도 걱정입니다. 지도자들의 입에서 너무 야박한 말이 가끔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곱고 순하며 품위 있는 언어가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