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산업, 그리고 대학
선비(士)의 학문은 실제로 농업, 공업, 상업의 이치를 아울러 포함하고 있으니, 이 세 가지 업은 반드시 선비를 기다린 이후에 이뤄집니다. 이른바 농업을 밝히고(明農) 상업을 통하게 하고(通商) 공업에 혜택을 준다(惠工)는 것이니, 밝히고 통하게 하고 혜택을 줄 사람이 선비 아니고 누구이겠습니까? 신이 짐짓 생각해보니 후세에 농업과 공업과 상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바로 선비에게 실학(實學)이 없는 잘못 때문입니다.
-연암 박지원, <과농소초>에서-
3월의 대학캠퍼스는 새 식구로 활기가 넘친다. 입시공부로 찌들었는데 이제 진정 학문을 할 기회다. 그런데 놀랍다. 일부 대학의 신입생 행사에서 군대식 얼차려가 대를 이어 행해진다니. 군대에서조차도 야만적 구습을 털고 합리성을 높이려 애쓰는데, 지성(知性)의 전당인 대학캠퍼스에서 고작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신병교육대나 유격훈련장을 흉내나 내다니. 대학정신은 어디서 찾나? 이건 대학이 아니다.
간판만 대학인 반(反)지성집단은 제쳐두고,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는 개탄을 들은 지 이미 오래다. 이것은 산업 탓인가? 대학 탓인가? 연암 선생 말씀이, 산업진흥은 선비의 실학에서 비롯된다 했거늘. 또 “한 선비가 독서를 하면 그 혜택이 온 세상에 미치고 그 공적이 만세에 드리운다” 했거늘.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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