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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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듯, 새해 첫날의 해는 여느 때처럼 차별 없이 만물을 골고루 비춰 주었습니다. 하지만 새해 역시 그냥 공짜로 와 준 건 결코 아니군요. 새해 첫날에 그것도 한날한시에 다 같이 도착하기 위해, 황새는 날고 날아서, 말은 뛰고 뛰어서, 거북이는 걷고 또 걸어서, 달팽이는 기고 기어서, 굼벵이는 구르고 또 굴러서, 제각기 나름대로 힘들고 어렵게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어쨌거나 마지막 바위의 참여가 단연 압권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바위에게 한 연을 따로 뚝 떼어 주었습니다. 고통과 외로움에 웅크린 존재들도 이렇듯 뜨겁게 삶에 복무하고 참여하고 있다는 엄연한 진실이 자못 의연합니다. 존재 자체가 기적입니다.
*<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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