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편지

[우리말 편지] 좀이 슬다와 좀이 쏠다

문근영 2010. 2. 18. 09:1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5. 16.(금요일)

따라서,
좀이 나무를 갉아 먹을 것을 보고는
좀이 슬었다고 하지 않고, 좀이 쏠다고 해야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애들이 이 층 침대를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아내와 상의해서 침대를 사주기로 했습니다.
어제저녁에는 침대 놓을 자리를 잡느라 소파를 좀 옮겼습니다.
평소에 자주 청소를 한다고 하지만, 소파 밑에는 여전히 지저분하더군요. ^^*

평소에 자주 안보던 곳을 보면 나무에 좀이 슬거나
심지어 쥐나 좀이 갉아먹은 것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희 집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그럴 때 흔히 좀이 슬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좀이 슨 게 아니라 좀이 쏠은 겁니다.

'슬다'는
"벌레나 물고기 따위가 알을 깔기어 놓다."는 뜻으로
장독에 파리가 쉬를 슬다, 벌레가 잎에 알을 슬었다처럼 씁니다.
알을 놨다는 뜻이지 나무가 갉아 없어진 게 아닙니다.

'쏠다'는
"쥐나 좀 따위가 물건을 잘게 물어뜯다."는 뜻으로
누에가 뽕잎을 쏠아 먹다, 쥐가 문을 쏠았다처럼 씁니다.
나무 따위를 쥐가 갉아 놓은 것에 쓸 수 있는 낱말이 바로 이 '쏠다'입니다.

따라서,
좀이 나무를 갉아 먹을 것을 보고는
좀이 슬었다고 하지 않고, 좀이 쏠다고 해야 맞습니다.

저 나무는 좀이 쏠아 이제는 쓸 수가 없겠다, 자주 닦지 않으면 좀이 쏘니 조심해라 처럼 써야 합니다.

슬다나 쏠다나 소리도 비슷하고 쓰임도 비슷하니 아무것이나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우리가 아끼고 다듬지 않으면 누가 살펴주겠습니까?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한글문화연대라는 곳이 있습니다. http://www.urimal.org
다른 나라 말에 더럽혀진 우리 말글을 가꾸며 우리 문화와 학문을 발전시키고자 만든 단체입니다.
방송인 정재환 씨가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제 그곳에서 온 누리 편지(이메일)에 재밌는 게 있어서 함께 나눌게요.



대개 '메트로'를 영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원래 메트로도 우리말에서 온 것이다.
지하철이 땅 밑으로 다닌다고 해서 '밑으로 밑으로' 하다가 '메트로'가 된 것이다.
흔히 휴대전화를 핸드폰이라고 하는데 핸드폰은 콩글리시이고 영어는 '셀룰러폰'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셀룰러'의 어원 역시 우리말이다.
세게 누르라는 우리말 사투리 '쎄리눌러'가 변해 '셀룰러'가 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글문화연대 부대표 정재환 씨가 한 농담입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늦장/늑장]

어제는 너무 늦게까지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고 몸부림을 쳤더니,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네요.

어젯밤에 총알택시를 타 봤는데요.
정말 무섭더군요.
이외수 님이 쓴 감성사전에 보면,
총알택시는 “승객과 기사를 장약하여 죽음을 향해 발사되어진 지상용 교통미사일”이라고 했는데,
어제 제가 탔던 택시가 딱 그짝이었습니다.
휴... 다행히 지금까지 살아 있네요.

늦게 잠자리에 든 데다, 피곤하기도해서
잠자리에서 좀 뭉그적그렸더니,
출근이 평소보다 조금 늦었네요.

오늘은 저처럼 일어나기 싫어서 꾸물거리는 태도나 행동을 말하는
‘늑장부리다’를 좀 알아볼게요.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는 ‘늦장’일까요, ‘늑장’일까요?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공무원들의 늑장 대처로...어쩌고 저쩌고...”
여기서 ‘늑장’이 맞는지 ‘늦장’이 맞는지...
늦게 대처한 일을 말하는 것이므로, 늦장이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둘 다 맞습니다.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늑장’과 ‘늦장’은 복수 표준어입니다.

그럼
‘늦장’과 ‘늑장’은 뜻이 같을까요?
학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사전과 야후 국어사전, 한컴사전에는 동의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1980년대 말까지는 ‘늑장’이라는 말만 있고, ‘늦장’이라는 낱말은 없었습니다.
‘늦장’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사전에 올라간 낱말입니다.
어떻게 사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사전에 올라가 있는 이상, 표준어죠.

어쨌든,
‘늦장’과 ‘늑장’ 모두 표준어입니다.

늑장부리다 퇴근 늦게 해서 집에서 혼나지 마시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세요.

주말 잘 보내세요.

글 성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