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된 詩

하행(下行)/정 양

문근영 2010. 2. 10. 11:05

하행(下行)
정 양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깜박 잘못 들어선 하행길이다

가야 할 상행선은

차들이 잘도 달린다

빠져나갈 출구가 안 보이는 길

가다서다가다서다가다서다

하행선은 자꾸만 길이 막힌다

유턴이 안 되는 길이다 기다리지 말라

해 안에 가기는 틀렸다 기다리지 말라

너는 왜 고따우로만 사냐고

기다리던 친구가 손전화 속에서 투덜댄다

정말 이따우로만 나는 살았는가

한평생 잘못 들어섰던 길

빠져나갈 수 없는 길

한꺼번에 다가와 막히는 길들이

줄담배처럼 어느새 낯설지 않다




- 시집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문학동네)중에서》



실수나 실패는 누구나 회피하는 일이지만 누구도 삶의 골목 도처에서 불쑥 나타나는 저 복병을 피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소중한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만약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고 항상 지름길로만 간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과연 완벽한 인간일까. 누구나 삶은 초행이며, 정답이나 지름길은 없다. 잘못 든 길도 소중한 내 길이다. 살다 보면 하행이 상행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인 반칠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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