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푸른 오월 / 노천명

문근영 2009. 5. 5. 14:12

 

 



      푸른 오월 노천명(1912 - 1957)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 여인네 행주치마에 -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이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다리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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