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삶이 회도리처럼 오간다고 할 때 삶의 또 하나는 그림자이다. 언제나 숲길에 이르러서야 돌아다보니 나 아닌 많는 것들이 가지를 치켜 세우며 잎을 떨며 하늘의 비를 먹고 이내 얌전한 척하는 우리들의 주위, 나의 나, 잊은 듯이 오래지만 기억해준 허상에 항상 고마워 할 뿐이다. 우린 언제 빛처럼 다가와서 나의 물낯 그 여정의 긴 모습을 훑어 볼 것인가 까마득하지만 그립다. 곁을 떠나지않는 나의 빈 것들에게 오늘은 마음껏 껴안고 얼굴을 부빈다. <먼 길 ...문정희 선생님>의 시선에서 신이신 신의 엄중한 가르킴에, 나는 작아지며 항상 겸손해 할 것이다.....李旻影(시인)
..이동할음악정원에서 다빈님이 편집/구성하셨다...茶賓(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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