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최영동
전봇대 밑을
두리번거리는 그림자
그 속에서 발톱이 솟아올랐다
날카롭게 가다듬은 발톱에
아무것도 걸려들지 않아
등뼈는 어제보다 하늘로 솟구치고
뱃가죽은 전단지처럼 펄럭거리네
사방에 참치 캔이 구르고
살코기가 있던 자리
혓바닥보다 콧잔등이
먼저 파고들었어
살코기 한 점 남아있지 않은
오늘 저녁
지붕 너머로
번쩍
저녁을 낚아채려는
고양이의 앞발
솟아오르는 발톱에
걸려드는
생선 꼬리 같은
골목의 불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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