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2021한국일보 신춘문예동시당선작 검은 고양이-최영동

문근영 2021. 1. 5. 07:48

검은 고양이-최영동

 

 

전봇대 밑을

두리번거리는 그림자

그 속에서 발톱이 솟아올랐다

 

날카롭게 가다듬은 발톱에

아무것도 걸려들지 않아

등뼈는 어제보다 하늘로 솟구치고

뱃가죽은 전단지처럼 펄럭거리네

 

사방에 참치 캔이 구르고

살코기가 있던 자리

혓바닥보다 콧잔등이

먼저 파고들었어

 

살코기 한 점 남아있지 않은

오늘 저녁

 

지붕 너머로

번쩍

저녁을 낚아채려는

고양이의 앞발

 

솟아오르는 발톱에

걸려드는

생선 꼬리 같은

골목의 불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