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9년 세계일보 시부문 세상 속으로

문근영 2019. 1. 2. 02:48

마음의 바닥 고르고…새로운 세상으로 성큼 걸어가자 [신춘문예 - 시 -

그림 = 최석운 화가
세상 속으로

이재무

새롭게 태어난 이가
새 세상을 연다
내가 새롭지 않으면
산과 언덕, 해와 달과 강,
구름과 바람과 기차 그리고 사랑하는
당신조차도 낡고 고루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새날을 살기 위하여
새해 첫날은 새롭게 태어나야 하리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세상 속으로 성큼, 걸어가 보자
본래 소리가 없는 물이 흐를 때
소리를 내는 것은 울퉁불퉁한
바닥을 만난 탓이니
나를 다녀가는 이가 소리 내지 않도록

새로이, 마음의 바닥 고르게 하자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더러는 가던 길 문득 멈춰
고요와 적막이 우거진,
우리들 미래의 거처
허공을 응시하고
길가 쭈그려 앉아 돌 틈새 핀

괭이눈, 애기똥풀에게
눈을 맞추자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고통이 축복이고 무통이
죽음이라는 역설을 생활로 깨치고
누군가 나를 울지 않는 일
내일을 위해 오늘을 혹사시키지
말 것과 모든 이로부터
상찬받으려 하지 않는 것,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 그늘처럼
죽어야 태어나는 부활의 나날을 살자
새해 첫날 새롭게 태어난 이들이여,
세상 속으로 성큼, 걸어가 보자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해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저녁 6시’ ‘경쾌한 유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시선집 ‘길 위의 식사’,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시평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등이 있다. 윤동주문학대상, 소월시문학상,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우수상, 풀꽃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석운 (화가)

1960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일찍 부산으로 이주했다. 부산대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림이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비근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풍자와 해학이 스민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가람화랑, 샘터화랑, 금호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35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화랑미술제,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아트페어, 베이징 아트페어, 멜버른 아트페어, LA아트페어 등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했다. 부산청년미술상과 윤명희미술상을 수상했다.
출처 : 문근영의 동시나무
글쓴이 : 희망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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