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9년 세계일보 신춘 문예 시부문 당선작

문근영 2019. 1. 2. 02:48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신춘문예 - 시 - 신년특집]

박신우

그림=남궁 산 판화가
별이 깃든 방, 연구진들이 놀라운 발견을 했어요 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 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도로, 지구 열 개밖에 안 들어가는 크기라더군요 세상에 정말 작군요, 옥탑방에서 생각했어요 이런 작고 조밀한 별이 있을 수 있다니 하고 말이죠 핵융합 반응 속도가 매우 낮아서 표면은 극히 어둡다고 합니다 이제야 그늘이 조금 이해되는군요

이 별의 천장은 매우 낮습니다 산소가 희박하죠 멀리서보는 야경은 아름다울지 몰라요 어차피 낮에는 하늘로 추락하겠지만 그래도 먼지가 이만큼이나 모이니 질량에 대해 얘기할 수 있군요 그건 괜찮은 발견이에요

먼 곳에서 별에 대해 말하면 안돼요 다 안다는 것처럼 중력을 연구하지는 말아야죠 피아노 두드리듯 논문을 쏟아내지 말아요 차라리 눈물에 대해 써보는 게 어때요 별의 부피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둘레를 더듬는 일이죠 옥상난간을 서성거리는 멀미처럼 말이에요

여기 옥탑에서는 중력이 약해서 몸의 상당부분이 기체로 존재해요 그래요 모든 별들은 항상 지상으로 언제 떨어질지 숨을 뻗고 있는 거죠
천양희 시인(왼쪽), 최동호 문학평론가

“자신의 존재 탐색 … 참신하고 발전 가능성 돋보여”

심사평 - 천양희·최동호


본심에 넘겨진 20명의 응모작 중에서 마지막까지 거론된 것은 황미현의 「풍선론」과 김성신의 「이미그레이션」, 박신우의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하미정의 「낙타 그리워하다」 등 네 분의 작품이었다.

눈에 띄는 발군의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소견에도 불구하고 위의 네 분의 작품은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었으며 오랜 시적 수련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성신의 작품은 이민이라는 시사적인 소재를 시로 잘 다루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외국어의 과다한 사용이 어색하다고 지적되었다. 하미정의 시는 흥미로운 시적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지만 소재나 결말에서 새로움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최종적으로 검토 대상이 된 시는 「풍선론」과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두 편이었다. 심사자들은 상당한 시간 동안 양자의 장단점을 진지하게 비교 검토하였다. 「풍선론」은 이미지도 분명하고 시적 언어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는 옥탑방의 화자를 통해 발견이라는 새로움을 무리 없이 전개하고 있었다. 먼저 시적 완성도라는 점에서는 「풍선론」이 앞서 있었으나 그로 인해 발전 가능성은 작아 보였고 마지막 결말의 처리가 추상적이었다.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는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대신 참신성이나 발전 가능성은 더 높게 보였다. 여기서 심사위원들은 숙고의 과정을 거쳐 신춘문예 본래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참신성을 더 높이 평가하기로 하고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이 시는 질량이나 중력, 기체 등 자연과학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어색하지 않게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옥상 난간을 서성거리는 화자가 가장 작은 별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생의 구체성의 부여인 동시에 시적 확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이 일치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아깝게 탈락한 분에게는 격려의 말씀을 전해 드린다.

“옷 보는 눈 키우듯… 시 쓰는 감각을 키웠다”

당선소감 - 박신우


최근 몇 년 동안, 옷을 많이 사 입었다. 계절마다 한두 벌로 버티던 내가 술값도 아껴가며 옷을 많이 사 입었다. 유명한 메이커도, 그다지 재질이 좋은 옷들도 아니었지만 검은색 일색이던 내 옷장에도 여러 색깔의 옷이 늘어갔다. 옷을 바꾸니 밖을 나가는 횟수도 많아졌다. 만날 사람이 없어도 공연히 새 옷을 입고 번화가로 나갔다. 인터넷에서 산 옷들은 몸에 맞지 않는 것이 많았다. 굳이 수선하거나 하지 않고 밑단을 접어 올리거나 허리끈을 조여 입었다. 그렇게 몇 벌의 옷을 버리고 나서야 옷을 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 점점 몸에 맞는 옷이 늘어갔다. 그렇게 옷장이 채워지듯, 올해도 나는 계속 시를 쓰고 있었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가 없었다면 내게 맞는 옷을 찾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연락 한 번 제대로 안 하는 못난 제자를 응원해주신 안도현 교수님, 송준호 교수님, 곽병창 교수님. 세 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지금쯤 당선 소식을 듣고 아픈 배를 움켜쥐며 열심히 쓰고 있을 문창과 학우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약값 대신 술값을 지불하겠다.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집에도 잘 안 올라오고 전화도 잘 안 하는 못난 아들이었다. 형에게는 항상 도움만 받는 동생이라서, 동생에겐 잘 챙겨주지 못했던 형이라 미안한 마음이 크다. 부모님께는 가장 말썽쟁이였던 둘째 아들의 늦은 성장기라 생각하고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똑바로 걸어도 헤맬 수 있어 좋은 이곳에서, 열심히 쓰겠노라고, 당선 소감을 계약서 삼아 약속드린다.

△1992년 포항 출생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출처 : 문근영의 동시나무
글쓴이 : 희망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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