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제 5회 대한민국 독도 문예대전] 수상작

문근영 2018. 10. 23. 03:52

-대상-

 

할머니의 갈증 / 최병규

 

할머니의 방은 천정만 덩그런 창문없는 방

천정에 별이뜨면 안개이불을 끌어다 덮어요

안개이불에는 고향 냄새가 스며있어

밭갈이 암소의 이랴 소리가 안개속에 꾸역꾸역 피어나요

저녁 연기 구수한 된장내가 공해끝에 걸리면

바깥 마당, 병아리를 몰고나온 암탉이 봄볕을 쪼아대죠

 

저 해류에 밀려오는 하얀 포말끝에 나부끼는 어군들

날카로운 괭이갈배기의 부리에서 한 끼의 끼니가 부서져요

배운적 없어도 생존법칙의 양태가 파도 타듯 익숙하죠

백두가 뿌리찾아 족보따라 가 보면 동해의 외로움이 만져 져요

동해의 끝자락에 우뚝 솟은 쇠뿔처럼 외롭지만 당당한

저 민족의 혼불같은 굳건한 묏부리가 저력으로 박혀있죠

매운 해풍에도 양대의 기상이 눈부시도록 빛나요

 

바다의 푸른 혈류가 태양 속으로 외로움을 태울 때

푸석푸석한 할머니의 독백같은 갈증이 샘 솟듯하죠

해저 수만리로 걸어들어간 해류의 발자국에 지문이 자라요

지문은 두 발에 백두가 낙인한듯 신발이 끼워져 있어요

물속으로 은밀히 내민 난류가 한라의 손을 부여잡고 있죠

 

해풍이 기침을 뱉을 때면 외로움은 갈증이 샘해져요

방에 이미 비늘이 천정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같아요

밤새 머물다간 별들의 샘물을 퍼서 건내 주시며

물도 체한다고 천천히 마시라 시던 해무속의 할머니

갈증이 날 때마다 할머니를 불러보면 안개이불 슬며서

걷어낸 손에 어느새 한 바가지의 샘물이 들려있죠

 

할머니의 손길은 천정에서 쏟아지는 한 줄기 감로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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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독도 / 최정희

 

독도는 흑등고래의 화석이다

바다 밑 그리움의 지층에서 화석이 된

검은 흑등고래의 주검이다

 

그것은 백두대간 푸른 탯줄에서 태어났다

동해의 맑은 젖을 먹고 자랐다

바다가 좋아 바다로 갔기에 오래전

다리는 퇴화 되었다

바다를 품는다는 건

외로움 또한 품어야 한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미의 자궁 속에서 듣던 새소리 그리운 날에는

가슴지느러미 밑에 새 한 마리 품고

코끝을 간질이던 풀꽃 향기 그리운 날에는

등솔기 마다 푸른 씨앗을 심었다

그리움의 파고가 높은 날에는

가슴 치는 흑등고래 울음소리 파도에 실려

동해의 작은 해변가 모래사장까지 밀려오곤 했다

눈물은 하얀 포말로 부서져 내렸다

 

외로움의 깊이만큼 혹은 커다랗게 자라나고

죽어서도 잊을 수 없었던 그리움

마그마 같은 열병, 폭발하듯 융기한 자리에

흑등고래의 주검 화석이 되어 떠올랐다

 

섬이란 그림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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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 - 대상 -  대전반석초등학교 5학년 2반  이명현

 

괭이갈매기 / 이명현

 

딱딱한 바위 위에 내가 앉아 있네

볼을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나는 노래하지만 사람들은 운다고 말하지

 

하늘 높이 올라가 보면 작은 점 같이 보이다,

내려가면 점점 커지는 바위섬에서 날마다 노래하네

 

바다에 비가 오면

출렁거리는 파도가 더 거칠어지고

숨을 헐떡거리며 쉬었다가고 싶은

배들이 되돌아가는 섬

 

우두둑 우두둑 떨어지던 빗소리가 잦아들고

어둠속에서 새들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잠을 자는 시간

바위에 햇살이 탱탱 소리 내며 박히는

삐죽삐죽 울퉁불퉁한 여기는

내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살며 지켜온 섬

 

멀리서 어선들이 조업을 시작하고

우리는 섬 하늘을 여행을 하네

배가 고프면 번지점프 하듯이

바다로 내려갔다 물고기를 물고 튀어 오르지

 

바위산 길을 오르며

들숨 날숨을 내쉬는 사람들에게

언덕아래 내려다보면

억새가 억세게 많이 있다고

개머위, 털머위, 패랭이꽃 보인다고

알려주는 우리는 관광 안내원

 

나는 이 푸른 섬에 산다네

여기는 우리의 고향이라네

날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수비대 아저씨도 있고

여행을 와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도 있는

행복한 이 섬 이름은 독도라고 부른다네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이순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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