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공초문학상 수상작〉
백비(白碑)
이성부
감악산 정수리에 서 있는 글자가 없는 비석 하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씀을 지녀
입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일 다 부질없으므로
무량무위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저리 덤덤하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을
저렇게 밋밋하게 그냥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 시집 『도둑 산길』(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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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부 / 1942년 광주 출생. 광주고, 경희대 국문과 수학. 1960년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2년 《현대문학》 3회 추천 완료.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이성부 시집』『우리들의 양식』『백제행』『전야』『빈산 뒤에 두고』『야간산행』『지리산』『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도둑 산길』등.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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