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김성대
지운 아이를 위한 옷을 산다
사 놓고 기다린다
옷 속의 지운 아이들
5월은 명왕성에 가는 달
지운 아이들이 5월의 명왕성에 가는 달
5월의 명왕성에 혼자 소풍 가는 달
바래다줄수록 길은 멀어진다
돌아오는 길도 그만큼 멀어진다
길이 자라는 건지 사라지는 건지
미풍도 없이 맑은 그늘, 그 속으로
떠나보내야 할 때라는 걸 안다, 미안하다
헤어짐이 계속된다
가기 싫은 소풍 같은 것일까
어느 날인가 바래다주는 길만 반생이 걸린다
이제 남은 반생을 돌아와야 하나
여기 눌러앉아야 하나
옷 속의 지운 아이들
옷을 입고 안으로 들어간다
옷을 벗고 밖으로 나온다
작아지고 커지는 옷들
작아지고 커지는 것은 옷이 아니겠지요
우리는 또다시 5월의 명왕성을 지우고
어느 그늘인지 모를 끝없는 배웅을
영원히 달래지지 않을 울음이 시작되지 않도록
영원히 마르지 않을 울음이 훌쩍훌쩍 자라지 않도록 오래도록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영원하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 대신 계속계속 태어날 거니까
지운 아이가 우리를 낳을 거니까
—《시로 여는 세상》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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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 / 1972년 강원 인제 출생. 2005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사막 식당』.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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