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제자 중에서 특히 많은 질문을 하여,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제자였습니다. 어느 날 스승을 모시고 강론(講論)하던 자공이 공자에게 질문을 올렸습니다. “글자 하나로 일생동안 행할 수 있는 글자가 있습니까?”(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 衛靈公) 공자가 답합니다. “그것은 서(恕)라는 글자가 아니겠느냐.”(其恕乎 : 同)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니라”라고 명확하게 답변합니다.
여기서의 서(恕)란 쉽게 말하면 용서함을 말하고, 자기의 입장으로 보아 남의 마음을 헤아려 이해해주는 일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는 일이야말로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근본입니다. 이런 대목에서 다산은 자신의 논어연구서인 『논어고금주』에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명쾌한 설명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일언(一言)이란 ‘글자 하나’로 해석하고, “사람의 도리는 인(仁)을 구함에 벗어나지 않는다. 인을 구함이야 인륜에 벗어나지 않으니, 온 세상의 만 가지 사물이 모두 인륜으로부터 제기되니 서(恕)란 인륜을 처리하게 해주는 것으로 그것 하나로 꿰뚫어진다”라고 설명하여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일이 바로 서라는 뜻으로 귀착시키고 있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창출되고, 선거를 통해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어 여러 가지 변화가 추구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는 온갖 불화와 갈등이 증폭되고 라이벌에서 적대관계로 바뀌어 온갖 투쟁이 계속됩니다. 이런 시기에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음미해보고, 그에 대한 다산의 해석을 참고해보면 그래도 갈등과 적대관계의 사회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승자일수록 패자에 대한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고, 내가 저런 입장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용서해주는 서라는 글자를 떠올려보라는 것입니다. 승자라고 해서 패자를 핍박한다면 패자의 아픔이 어느 정도이겠습니까. 만약에 자신이 패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는 일은 남에게 하지 않는 서의 입장으로 모두가 돌아간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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