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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72주기 다산선생 묘제를 마치고 / 박석무

문근영 2018. 2.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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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주기 다산선생 묘제를 마치고


1936년 다산서세 100주년을 맞아 다산의 저서들을 간행하지 못하고, 원고대로만 남아 있어 그 간행을 서두르면서 애타하던 위당 정인보나 민세 안재홍 같은 국학자들의 애국·애족심이 떠오릅니다. 그때가 어떤 때입니까. 나라를 빼앗긴 때로 26년 째, 혹독한 일제의 탄압과 수탈에 몸서리치면서, 민족혼을 되살려 해방의 그날을 맞고 싶어, 다산정신을 통한 민족정기를 일깨우려던 그분들의 숭고한 뜻은 너무나 애달팠습니다.

1938년, 마침내 76책의 활자본 『여유당전서』가 서럽고 어렵게 출간되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그로부터 70년, 지난 4월 7일은 선생 서세 172주년이 되는 기일이었습니다. 우리 「다산연구소」가 주최한 묘제에는 다산을 흠모하는 각계각층의 150여 명이 넘는 인사들이 모여 전통적인 묘제의식에 따라 제를 올렸습니다.

봄비가 갠 화창한 봄날, 묘소 앞에 엎드려 3헌례를 드리고, 묘소 아래 여유당을 돌아보고, 넘실대는 열수(洌水 : 한강)의 봄물에 다산의 시름을 실어보내고, 문화관의 강당에서 기념강연회를 열고, 유적지 경내의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김밥으로 때웠습니다. 오순도순 모여앉아, 들차회에서 마련해준 전통 녹차를 마시면서, 묘제 이후의 음복을 제대로 했었습니다. 산야에는 봄꽃이 만발해, 화창한 날씨와 어울려 상쾌하기 이를 데 없는 날이었습니다.

송재소 교수의 강연을 통해, 그 시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다산의 과학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개혁정신에 대하여 경청했습니다. 이른바 미신(迷信)이라 일컫는 술수학(術數學)에 대하여 날카롭고 예리한 비판을 가한 다산의 근대정신과 합리주의는 정말로 탁월했습니다. 풍수설의 허구성, 관상·사주·진맥의 비합리적 논리를 그렇게 맹렬히 비판한 그 시절의 학자로 다산 만한 학자가 있었을까요. 역시 대단한 학자였습니다.

세상은 지금도 썩었습니다. 선거에 돈봉투가 오고가며, 온갖 위선과 거짓들이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하였습니다. 다산이 그렇게도 비판했던 문제들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많습니다. 다산의 묘제를 올리면서, 다시 한 번 다산의 청렴하고 개혁적인 시대정신에 의해 오늘의 세상도 다산의 뜻대로 바뀌고 진보할 수 있기만을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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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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