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장이라 경오년에 / 敦牂之歲
그 율로는 이칙이요 / 夷則其律
날짜로는 경진일에 / 日維庚辰
필성이 떠오른 시각 가경(嘉慶) 경오년 7월 28일이다. / 頂中天畢
동남방에 바람 일어 / 風發巽維
돋는 해 집어삼키며 / 爰自食日
우르릉 우당탕퉁탕 / 軯礚隱訇
거세게 몰아치더니 / 熛怒激疾
마침내 살마의 섬에서 고삐를 꼬나잡고 / 遂乃摝轡於薩摩之嶴
탐라의 물가에서 깃발 높이 올렸구나 / 褰旗於耽羅之津
온 우주 소란피우며 / 哤聒宇宙
온갖 귀신 불러들여 / 號召鬼神
산과 벌판 휘몰아쳐 / 歕山欱野
돌을 찾고 뿌리 뽑자 / 蹶石擢根
물고기 미처 못 숨고 / 魚不及竄
짐승 미처 못 도망가 / 獸不及奔
천만 마리 말이 뛰듯 / 驫飍矞
빠르고도 웅장한데 / 揮霍砏磤
쇳소리 쩡쩡 북소리 둥둥 / 鏗鎗鐺鞈
눈 어지럽고 귀 깜짝 놀라 / 眩見駭聞
그리하여 바다 물결 높이 솟아 언덕이 되고 / 於是爲魁
빙빙 돌아 굴 이루며 / 盤盓成窟
쏴아쏴아 철썩철썩 / 漰湱澩灂
이리저리 몰아치니 / 漻淚淢汨
은빛 산 들쭉날쭉 봉우리가 일어나고 / 銀山岝而峯起
눈빛 지붕 겹쌓여 지평선에 솟구치네 / 雪屋嶙峋而地拔
아울러 한편으론 먹구름 뭍에 치닫고 / 則有崩雲赴陸
가랑비 허공에 뿌려 / 屑雨漫空
어두컴컴 어둡더니 / 勿罔
넘실넘실 물 불어나 / 㶖㴸鴻溶
바위 때리고 제방치며 / 批巖衝擁
골짝 채우고 산 잠겼네 / 注壑攀崧
지독할사 폭풍우 사물에 끼친 해독 보소 / 而其著物也
침끝 되어 후벼 파고 / 則鍼芒交鑽
독한 기운 흩뿌리며 / 酖毒紛洒
짠물 거품 펄펄 날고 / 䴛沫飛
소금가루 녹아 퍼져 / 粉解
무성하게 자란 초목 / 镺蔓之卉
장조림이 다 되고 / 悉成醓醢
활짝 핀 꽃봉오리 / 蓲蘛之荂
문드러진 생선 되어 / 有同鮑鮾
쪼개지고 찢어져서 / 分磔劈
김치 변해 흐늘흐늘 / 醃漬蔫腇
천지는 참담하여 빛이라곤 간 데 없고 / 天地黯慘而無光
숲동산은 스산하여 생기를 잃었구나 / 林園蕭索而失彩
능수버들 소나무 단풍나무 향나무 / 檉松楓柙
노나무 가죽나무 박달나무 예장나무 / 櫨櫪檀樟
귤나무 유자나무 감나무 아가위나무 / 橙橘柹楟
고욤나무 대추나무 배나무 사당나무 / 梬棗梨棠
개복숭아나무 참복숭아나무 개암나무 밤나무 / 榹桃樼栗
앵두나무 매화나무 산뽕나무 들뽕나무 / 櫻梅檿桑
은부나무 산오얏나무 산앵두나무 / 隱夫薁棣
은행나무 광나무 등의 나무들이 / 平仲女貞
가지 꺾이고 잎 떨어져 / 無不嶊柯隕葉
산야에 모두 쓰러졌고 / 顚踣陵岡
갓대 조릿대 해장대 이대 솜대 왕대 등의
대나무도 / 篠簳箛箠籦籠䈽篾篔簹之竹
어지럽게 부러져서 / 交加毁折
넘어져 쳐졌을 땐 고기 가시 빽빽이 솟고 / 倒垂則魚鯁森起
날려서 굴러갈 땐 표범 털가죽 찢어진 듯 / 飄轉則豹皮㙤裂
거기에다 또 다시 양하풀 여뀌 메밀 단수수 생강 토란 부추 달랑귀 파 마늘 냉이 올매
차조기 고추 배추 개자 무후나물 등의 식물까지
/ 復有蘘荷蓼蕺蔗薑芋薤䪤蔥蒜菥蓂茈蘇番椒菘芥武侯之蔬
짓무르고 녹아내려 / 麋爛銷鑠
꼬락서니 추잡구나 / 顔色穢麤
분노를 억제 누그러져 / 拗怒少息
놀란 넋이 안정되자 / 駭魂乍定
논밭 이에 쳐다보니 / 乃瞻田疇
소금물이 온통 덮쳐 / 鹹鹺彌互
빽빽하던 벼포기와 / 䆉稏稫稄
왕콩이며 검은깨들 / 荏菽苣藤
쓰러지고 뭉개져서 / 披靡委頓
사방으로 흩어졌고 / 遐擧亂迸
검은기장 피 흰차조 / 秬黍芑
모두 병이 들었는데 / 靡有不病
지렁이 떼 뒤엉키어 / 䖤蟺澩㺒
갉아먹고 흩날리고 / 連卷飄零
씨싹이 온통 터져 / 刳剔胚胎
영영 밸 수 없는데 / 永不懷孕
쓰고 짠 물 간수 같고 / 如滷
짓이겨져 수렁 되었네 / 蹂躪爲濘
바로 이때를 당하여 / 當是時也
노인 아이 모두 나와 / 旄倪並出
훌쩍훌쩍 흐흐흑 / 啜啜嗸嗸
아낙네들 가슴 헤쳐 / 婦女發胸
소리 높이 통곡하며 / 號號咷咷
이리 뛰고 저리 달려 / 騤瞿奔觸
타는 간장 바싹바싹 / 如煎如熬
하늘 기운 비참하고 / 霄漢爲之慘怛
산악 빛깔 흔들리네 / 山嶽爲之動搖
여름날에 서리 내리고 등림숲에 불 붙었다 해도 / 雖復炎天隕霜鄧林延燒
그 재앙을 형용하긴 미진하리 / 曾未足以喩其災祆也
어허, 주 나라가 성인 의심 초목이 쓰러지고 / 嗚呼周疑聖而木偃
월 나라에 음란이 없자 노성한 이 계책 바쳤듯 / 越無淫而耈獻
상서 재앙 진정으로 행위 따라 이뤄지니 / 固休咎其類應
스스로 애써 반성하여 권선징악 해야 하고 / 勵自省而懲勸
통명한 사람만은 천명을 알므로 / 唯達人之知命
세상에서 묻혀도 근심 걱정 없다네 / 是用遯世而无悶
[주C-001]염우부(鹽雨賦) : 다산 49세 때인 순조 10년(1810) 7월에 강진(康津)의 유배지에서 폭풍우로 산야의 초목과 곡물이 혹독한 피해를 당한 것을 목격하고 지은 작품이다.
[주D-001]돈장 : 고갑자에서 지지(地支)가 오(午)에 해당하는 해를 가리킨다.
[주D-002]이칙 : 본디 악기의 고저청탁을 분별하는 12율 가운데 하나인데, 그 12율을 12개월에 붙였을 때 이칙이 7월에 해당한다 하여 7월을 뜻한다.
[주D-003]필성 : 이십팔수(二十八宿) 가운데 한 별자리인데 여름철에는 새벽에 떠오르는 것으로 사료된다. 송 나라 범성대(范成大)의 《石湖集》卷十六에 "필성의 별자리에 달이 있을 때 서쪽에서 바람이 일어났다네.[凡當天畢宿 風自少女起]" 하였다.
[주D-004]살마의 섬 : 살마는 일본 구주(九州)의 국명으로, 곧 일본을 가리킨다.
[주D-005]등림 : 신선 세계에 있다는 숲 이름이다.
[주D-006]주 나라가……쓰러지고 : 성인은 주공(周公) 단(旦)을 가리킨다. 무왕(武王)이 죽은 뒤에 성왕(成王)이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자 그의 숙부인 주공이 섭정하였는데, 성왕을 위시한 주위 사람들이 주공이 혹시 왕위를 탐내고 있지 않나 의심하자 가을에 폭풍이 불어 다 익은 곡식과 거목들이 쓰러졌다 한다. 《書經 金縢》
[주D-007]월 나라에……바쳤듯 : 월 나라 왕 구천(句踐)이 오(吳) 나라를 공격하다 대패하여 치욕적인 항복을 한 뒤에 자기 나라로 돌아와 원수를 갚기 위해 자나깨나 쓸개를 맛보아 각오를 새롭게 하며 부지런히 일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백성들과 고락을 함께 함으로써 힘을 기른 뒤에 결국 통쾌하게 원수를 갚았는데, 그 과정에서 범려(范蠡)와 대부 종(大夫種)의 헌신적인 계책이 크게 작용하였다. 여기서는 그와 같은 사정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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