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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산과 농촌진흥청 / 박석무

문근영 2018. 1. 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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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농촌진흥청


권력이동의 계절입니다. 나라의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로 세상이 온통 요동치고 있습니다. 어느 부서는 살아남고, 어느 부서는 통폐합하고, 어느 부서는 아예 없애버리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부서마다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야단법석인 것이 사실입니다. 농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수천 년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며 농업국가로 살아온 유구한 역사가 있는 나라로서는 세태에 따라 그냥 방치해둘 수만은 없는 근본적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농림부도 있었고, 농수산부도 생겼고, 또 농림과 수산이 나뉘기도 하였고, 산림청이나 농촌진흥청 같은 전문기관이 생겨나 농업이나 산림업의 전문적 업무를 담당해보려고 노력하였음은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정책이었습니다. 다만 경제적 계산 때문에 공업이나 상업만을 앞세우고 농수산업은 내팽개치는 일은 참으로 큰 역사적 범죄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합니다.

요즘 도하 신문에 농촌진흥청을 살려내라는 대문짝 크기의 광고가 연일 나오면서 우리는 200년 전의 다산선생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난과 착취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인민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지녔던 다산은, 우선 가난극복을 위한 온갖 방안을 모색하여 500권이 넘는 실학관계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의 대저 『경세유표』라는 책에는 「이용감(利用監)」이라는 정부 관서를 새로 설치하여 기술개발과 기술도입에 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응지농정소(應旨農政疏)」라는 글에서는 농업발전책의 세 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편농(便農), 즉 농사를 편하게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농업기술, 농업기계, 수리시설 등의 개발을 통해서만 편농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전론(田論)」이라는 논문에서는, 지식인이 농업을 돕는 방법으로 토질의 성분을 분별하고 수리시설을 확충하며, 농업기구를 개발해 힘을 덜 들게 하고, 종자를 개량하고 과수나 원예 재배, 가축을 기르고 사육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단언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산은 200년 전에 농업발전의 기본적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였습니다. 토질을 연구하고 수리사업을 일으키고 농기구와 종자를 개량하고 과수나 원예의 기술과 목축의 방법을 강구케 하였으니, 바로 그런 일을 주관 하는 곳이 지금의 농촌진흥청이 아닌가요. 지금에 와서 그런 기관을 통폐합 한다니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200년 전의 다산에게 부끄럽지 않은가요. 관계자들 모두는 다산의 뜻을 헤아려주시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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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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