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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민영화나 규제완화가 만능은 아니다 / 임성진

문근영 2017. 12. 2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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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나 규제완화가 만능은 아니다  


                                                        임성진(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인수위의 정책프로그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철학은 크게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통한 시장경쟁의 확대와 효율성증대로 정리될 수 있다. 보수주의정권으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당선자가 CEO출신이어서인지 무게중심이 시장과 기업 쪽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이에 따라 소위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며 눈총을 받던 공기업도 통폐합과 민영화의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급격한 글로벌 시장경쟁이 확대되고 있는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시장경쟁을 통한 생산력의 극대화는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영화프로그램이 과거 대처나 레이건정부시절의 시장개혁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민영화와 경쟁을 지나치게 동일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재개에 앞서 문제점 검토 필요

새 정부의 공기업개혁과 관련하여 에너지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추진됐던 전력산업은 격렬한 논란에 휩싸이다 참여정부 들어 중단된 바 있다.

외환위기 전 독점공기업이었던 한전의 비효율성과 비환경성은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1999년 구조개혁이 시작되었던 당시 한전은 46조 8,707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한 해 매출액이 약 14조억원, 단기 순이익만 1조 1,000억원에 이르던 초대형 공룡공기업이었다. 이러한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17개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총 5,976억원을 투자하며 문어발식으로 경영을 확장했던 한전은 대규모 발전사업의 재원조달을 위해 외국자본도 끌어들여 국가외채의 10%이상을 차지했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한전이 독점했던 발전과 송배전, 그리고 판매시장을 분할 및 민영화하여 최종적으로 일반소비자도 전력공급회사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새 정부 하에서는 2001년 4월에 6개로 분할됐던 발전회사 중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회사의 민간 매각작업이 우선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그런데 전력산업 민영화개편의 본격적인 재개에 앞서 과거 이를 둘러싸고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을 재분석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오류를 바로잡지 않은 채 개편작업을 속개한다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약과 전환이 담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론 효율성 감소

우선 현재의 민영화가 시장경쟁이나 경제적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되어야 한다. 급격한 유가상승이나 지구환경규제의 강화라는 현실에서, 에너지절약과 신(新)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담보되지 않은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새 정부의 민영화 구상은 경쟁을 통해 전기와 같은 에너지를 가능한 한 싸게 공급한다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가격경쟁은 더 많은 에너지의 공급과 소비를 가져와 지구환경보존과 환경규제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민영화나 경쟁 그 자체가 구조조정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민영화나 규제완화가 에너지절약과 환경보존 관심을 줄여

그와 더불어 규제완화가 곧 ‘좋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에너지절약정책 중에 ‘네가와트(NegaWatt)’라는 개념이 있다. 이에 따르면, 에너지절약에 투입되는 비용이 공급의 확대비용보다 낮다면 공급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에너지절약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런데 서구국가의 예를 보면, 90년대부터 급속하게 진행된 에너지시장의 민영화와 규제완화 열풍이 이러한 미래변화에 관심을 급격히 감소시켜버렸다. 에너지절약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 틀에 대한 현명한 조정이 필요한데도 무조건적인 규제철폐로 모든 걸 시장에만 맡겨 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이다.

민영화에 대한 과신 또한 짚어보아야 한다. 소매시장에까지 경쟁이 도입된 독일전력시장의 경우, 네가와트와 같은 조처를 적극 도입하고 온실가스감축에 앞장서는 기업은 민영화되지 않은 공공소유의 전력공급회사이다. 이들은 시장경쟁에 참여하면서도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유구조를 모두 민영화시켜야만 경쟁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며, 시장경쟁 그 자체보다는 어떠한 내용의 경쟁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새 정부는 민영화란 ‘좋은’ 경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에 귀를 기울여, 부디 민영화와 규제완화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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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성진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환경·에너지정책)
· 전주대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 제8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FFU) 연구원
· 저서 : 『Least-Cost Planning als Losungsansatz klimabezogener Energiepolitik』,『물문제의 성찰』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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