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기억
이경준
뒤뜰에 널 묻고 심은 매화가 붉고
바람이 차다
여기 지구는 구름이 지나가는 곳
이제 구름 위로 달이 뜬다
뜨겁게 흐르다 식은 상처가
너의 바다라지, 그래
그곳 하늘에는 무엇이 떠오른 밤이더냐
소리가 부서지며 꽃이 피고 진다
조각난 소리가 마음 사이에 흩어지고
시간을 달게 만드는데
비가 내리며 나뭇잎을 튕기거나
소복 쌓인 눈 위를 둘이 걸을 때처럼
내 하늘 위에 있는 소리
너는 수십억 년 기억을 간직하고
내 소리는 빗방울처럼 눈처럼 흘러가는데
적막
너의 하늘에 뜨는 지구는 파랗고 구름이 흐르는 소리
폭발하는 나는
들을 수가 없다 너는
소리가 피어나지 않아서 여태 그대로인 것이냐
—《시산맥》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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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 1983년 서울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서정시학》신인상 당선. 현재 포천 일동고 교사.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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