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길 잃은 개 / 조창환

문근영 2017. 12. 5. 07:45

길 잃은 개

 

   조창환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길 잃은 개가 큰길을 바라본다

 

떠나버린 주인 내외가 사라진 쪽

길게 늘어진 흐린 그림자

 

사금파리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뼈만 남은 기억이 토막토막 흩어진다

 

꽃잎 흔들어 떨어트리는 바람 안고

길 잃은 개는 입술을 달싹거린다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 하는데

말은 되지 않고 울음만 터질 것 같다

 

 

 

                         —《시인시대》창간호, 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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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환 / 1945년 서울 출생.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눈썹』『피보다 붉은 오후』『수도원 가는 길』『마네킹과 천사』『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현재 아주대 명예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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