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개
조창환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길 잃은 개가 큰길을 바라본다
떠나버린 주인 내외가 사라진 쪽
길게 늘어진 흐린 그림자
사금파리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뼈만 남은 기억이 토막토막 흩어진다
꽃잎 흔들어 떨어트리는 바람 안고
길 잃은 개는 입술을 달싹거린다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 하는데
말은 되지 않고 울음만 터질 것 같다
—《시인시대》창간호, 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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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환 / 1945년 서울 출생.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눈썹』『피보다 붉은 오후』『수도원 가는 길』『마네킹과 천사』『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현재 아주대 명예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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