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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혀는 싱겁거나 짜다 / 이혜순

문근영 2017. 12. 4. 23:07

혀는 싱겁거나 짜다

 

   이혜순

 

 

 

싱거운 맛을 보고 짠 맛을 궁리하는 혀

소금은 늘 물과 반대쪽에 있다

가장 낮게 출렁거리다가

가장 높은 곳에서 졸아든다

 

알프스 산 야생의 염소들이 절벽을 오른다

소금은 별의 체온으로 졸아든 물질

성긴 뿔이 너무 싱거워졌거나

긴 털이 빳빳하게 곤두서 있을 때

염소들은 소금의 자제력을 찾아간다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행렬이

한없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무모한 발굽이 최선의 절벽을 오르게 한다

 

소금을 떠올리는 혀는 싱겁거나 짜다

그 말엔 물은 멀리 있든지

가까운 곳에서 넘치고 있다는 의미다

싱거운 사람이 하는 말과

짠 사람이 하는 말에는 큰 차이가 있다

파란 숨이 시퍼렇게 살아있거나

절여져 있거나 둘 중 하나다

 

한밤에 잠 깨는 일에는

물을 마시거나 버릴 때가 많다

소금이라고 말하는 순간

풀잎들이 한쪽으로 눕는다

바람이 자주 핥고 지나간 자리가 짭짤해서

근질거렸기 때문이다

 

 

                         —《열린시학》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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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순 / 충남 서천 출생. 2010《시안》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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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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