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싱겁거나 짜다
이혜순
싱거운 맛을 보고 짠 맛을 궁리하는 혀
소금은 늘 물과 반대쪽에 있다
가장 낮게 출렁거리다가
가장 높은 곳에서 졸아든다
알프스 산 야생의 염소들이 절벽을 오른다
소금은 별의 체온으로 졸아든 물질
성긴 뿔이 너무 싱거워졌거나
긴 털이 빳빳하게 곤두서 있을 때
염소들은 소금의 자제력을 찾아간다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행렬이
한없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무모한 발굽이 최선의 절벽을 오르게 한다
소금을 떠올리는 혀는 싱겁거나 짜다
그 말엔 물은 멀리 있든지
가까운 곳에서 넘치고 있다는 의미다
싱거운 사람이 하는 말과
짠 사람이 하는 말에는 큰 차이가 있다
파란 숨이 시퍼렇게 살아있거나
절여져 있거나 둘 중 하나다
한밤에 잠 깨는 일에는
물을 마시거나 버릴 때가 많다
소금이라고 말하는 순간
풀잎들이 한쪽으로 눕는다
바람이 자주 핥고 지나간 자리가 짭짤해서
근질거렸기 때문이다
—《열린시학》2016년 가을호
--------------
이혜순 / 충남 서천 출생. 2010년《시안》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눕듯이 서듯이 자작자작 / 천수호 (0) | 2017.12.04 |
---|---|
[스크랩] 돌을 헐어 돌을 / 박성우 (0) | 2017.12.04 |
[스크랩] 웃는 돌 / 이은규 (0) | 2017.12.04 |
[스크랩] 성게 / 이수익 (0) | 2017.12.04 |
[스크랩] 묘하디묘한 / 황주은 (0) | 2017.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