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노랑어리연, 정오 / 홍경나

문근영 2017. 12. 4. 23:05

노랑어리연, 정오

 

   홍경나

 

 

 

물낯을 베고 잠들어 있다

작고 노란

송이째 지는

제 몸 드리운 그늘이 오목하다

한 점 색을 괴고

반짝반짝 물낯을 흔드는

빛 소리 가느다란 물그림자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살앙살랑 이는

수런거림

흔들리며 깊어진다

노랑어리연

물낯 위에 잠들어 있다

오물오물 주름을 짓고

오므린 잠을 더 오므리고

한잠을 자고 있다

가라앉아 드리우고 잔잔하게 숨은

여러 겹 잠이 투명하다

꽃잎이 젖어

꽃잎은 흠뻑 젖어

잠보다 캄캄하게

실눈[雪]처럼 숨을 다 몰아쉰

제 몸 그늘이 삭고 있다

네 앞에서 눈을 감고

네 안에 잠을 자고

통통통 빛들이 물낯 위를 뛰어다니는 정오 무렵

막 물 한채가 출렁거린다

 

 

                        —《시와 표현》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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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나 / 1961년 대구 출생.  2007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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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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