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어리연, 정오
홍경나
물낯을 베고 잠들어 있다
작고 노란
송이째 지는
제 몸 드리운 그늘이 오목하다
한 점 색을 괴고
반짝반짝 물낯을 흔드는
빛 소리 가느다란 물그림자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살앙살랑 이는
수런거림
흔들리며 깊어진다
노랑어리연
물낯 위에 잠들어 있다
오물오물 주름을 짓고
오므린 잠을 더 오므리고
한잠을 자고 있다
가라앉아 드리우고 잔잔하게 숨은
여러 겹 잠이 투명하다
꽃잎이 젖어
꽃잎은 흠뻑 젖어
잠보다 캄캄하게
실눈[雪]처럼 숨을 다 몰아쉰
제 몸 그늘이 삭고 있다
네 앞에서 눈을 감고
네 안에 잠을 자고
통통통 빛들이 물낯 위를 뛰어다니는 정오 무렵
막 물 한채가 출렁거린다
—《시와 표현》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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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나 / 1961년 대구 출생. 2007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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