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황봉학
죽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나이 100살
이 좁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집 100평
평생 먹어보고 싶은 진기한 음식 100가지
빈 통장을 볼 때마다 채우고 싶은 100억
평생 사귀어 보고 싶은 여자 100명
꼭 한번은 받아보고 싶은 장미 100만 송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 여행하기 100곳
'100' 이라는 묘한 숫자를 들여다본다
마흔에 요절하신 아버지
여든에 돌아가신 어머니
집은 18평
곰발바닥 요리도 모기 눈알 요리도
제비집 요리도 이름만 들어 보았네
통장 잔액 3만 원
한 여자랑 산 지 20년
여태 장미 한 다발도 받아 본 적 없네
한라산도 못 가 보았네
그래도 복권이라도 한 장 살까 하고
오늘도 돼지 저금통에 '100'을 넣는다
100 뒤의 활자는 애써 외면한 채
- 월간《현대시학》2017년 1월호
출처 : 시와 시와
글쓴이 : 권순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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