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풍경
윤의섭
네가 물고기로부터 진화해 왔다면
세월은 오랫동안 미끼였을 것이다
너를 끌어들이느라 첫 번째 달이 떠올랐고
다시 두 번째 달이 피어올라 꽃송이가 되고
카타콤 층층마다 별들의 심장이 묻혔다
밤 아홉 시 늘 아홉 시
山寺의 불이 꺼지고 적멸로 들어설 때이다
너는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가
얼마나 서성였는가
잊어버린 별의 좌표를 문득 떠올린 물고기 성좌
영겁의 궤도를 맴돌지만 지상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내린 꽃 너는
세상의모든 소실점
너를 만나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오래 역진화를 거듭해야 했는가
—《시와 세계》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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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 1968년 경기 시흥 출생. 1994년《문학과 사회》등단. 시집『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마계』『묵시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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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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