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이순현
여기로 와서 우는 저쪽
아무도 받지 않는다
칼을 물고 잠든 칼집이거나
맨땅에 부어놓은 물이거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정의 극지
한 사람이 고통 받아도
지축은 휘청거린다
덫에 걸린 부위를 물어뜯어서라도
자유가 되고 마는 짐승들의 서식지
여기로 와서
울고 또 울리는 저쪽
경로를 벗어난 시간이
다른 몸을 찾아 배회한다
누구의 고통도
혼자 독점할 수는 없다
저쪽이 와서 우는 여기
흰 국화꽃이 시들고
횡단보도가 새롭게 그어졌다
—계간《리토피아》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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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현 / 경북 포항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시집 『내 몸이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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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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