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저쪽 / 이순현

문근영 2017. 10. 31. 12:22

저쪽

 

   이순현

 

 

 

여기로 와서 우는 저쪽

 

아무도 받지 않는다

 

칼을 물고 잠든 칼집이거나

맨땅에 부어놓은 물이거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정의 극지

 

한 사람이 고통 받아도

지축은 휘청거린다

 

덫에 걸린 부위를 물어뜯어서라도

자유가 되고 마는 짐승들의 서식지

 

여기로 와서

울고 또 울리는 저쪽

 

경로를 벗어난 시간이

다른 몸을 찾아 배회한다

 

누구의 고통도

혼자 독점할 수는 없다

 

저쪽이 와서 우는 여기

 

흰 국화꽃이 시들고

횡단보도가 새롭게 그어졌다

 

 

                        —계간《리토피아》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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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현 / 경북 포항 출생.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시집 『내 몸이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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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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