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우대식
중경에서 장가계 가는 길
허름한 시골집
할머니와 발바닥이 빨간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전깃불도 없는 현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없이
끝없이……
저 먼 협곡가로는
길고 하염없는 길을 예쁜 처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가을의 협곡은 조금씩 붉어져
삼림을 물에 담고 흐르다가 하얗게 사라진다
모든 것은 사라져
어둠만이 커다란 짐승처럼 소리 지를 때
싸우면서 만년을 살아온
너와 내가
오늘은 비를 맞고 대륙의 한가운데 서 있다
너와 나는 너와 나인가
중경삼림에서
가을을 보내며
내 생각에도 단풍이 들었던 것이다
—《시인동네》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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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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