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16강은 떼 논 당상]
안녕하세요.
어제 아침에 편지를 써 놓고 '보내기'를 하지 않았네요. 방금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보냅니다.
오늘 아침 6:41, SBS에서 신문 기사를 소개하면서 '행복한 비명'이라고 했습니다. 비명은 슬플 비(悲) 자에 울 명(鳴) 자를 써서, "슬피 욺, 또는 그런 울음소리, 일이 매우 위급하거나 몹시 두려움을 느낄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라는 뜻입니다. 놀라거나 슬플 때 지르는 소리지 기뻐서 지르는 소리가 아닙니다. 기뻐서 지르는 소리는, 환성이나 환호성입니다. 환성이 기뻐할 환(歡) 자에 소리 성(歡) 자를 쓰잖아요.
'행복한 비명'은 '행복하다'와 '비명'이 어울리지 않아서 틀린 말이고, '행복한 환호성'이라고 해도, 행복하다와 환호성의 뜻이 겹쳐서 틀린 말입니다.
그냥 '환호성을 지른다'고 하면 됩니다. 괜히 글을 쓰면서 비비 꼬고 멋을 부리려고 하다 보니 '행복한 비명'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운동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고작 한다는 게 숨쉬기 운동과 컴퓨터 자판 두드리면서 하는 손가락 운동, 그리고 저녁에 목을 축이면서 하는 손목운동과 목운동이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월드컵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토요일 저녁에도 축구를 참 잘했지만, 이번 목요일 저녁에도 잘 싸워서 꼭 이겨주길 빕니다. 지난 토요일처럼만 하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은 물론 8강도 떼어 논 당상일 겁니다.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따 논 당상'이라는 말을 합니다.
'당상'은, 조선시대의 높은 벼슬인데, 어떤 사람을 위해, 꼭 어떤 사람에게만 주려고, 따로 떼어 놓은 당상 자리라는 뜻이, '(따로)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곧, '맡아 놓은 일, 확실한 일'이죠. 따라서, '떼어 놓은 당상'이나, '떼 논 당상'이라고 써야지, '따 논 당상'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다, 노름, 내기, 경기 따위에서 이겨 돈이나 상품 따위를 얻다, 꽉 봉한 것을 뜯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떼다'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하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덜어내다, 함께 있던 것을 홀로 남기다, 걸음을 옮기어 놓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사과 따듯 나무에 걸린 당상 벼슬을 따거나, 고스톱 쳐서 벼슬을 따거나, 봉투 속에 든 벼슬을 꺼낸 게 아니니, 마땅히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논 당상'이라고 써야 합니다.
"떼어 둔 당상 좀 먹으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16강에 들어가는 것은 떼어놓은 당상이니, 우리는 아무 걱정 말고 응원이나 열심히 하자고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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