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에 관한 시 모음 |
이무일의 '조약돌' 외 |
정연복 |
<조약돌에 관한 시 모음> 이무일의 '조약돌' 외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조약돌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나 온 고향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닮은 형제들 어쩌면 고렇게도 다정할까. 해맑은 햇살로 세수하고 물새 울음도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두는 아이들 헤어지지 말자고 손을 꼭 잡고 별을 보며 꿈을 꽃피우는 오순도순 그리운 친구들. (진호섭·아동문학가) + 조약돌 파도에 씻기고 씻겨 억겁을 견디어 온 조약돌 하나를 키운다 희망을 담아서 그리움 추스르고 조용히 말없이 살아 온 물밑 외돌톨이 슬픔을 담아서 둥그스름한 아버지 눈망울 닮은 조약돌 하나를 키운다 사랑을 담아서. (양봉선·아동문학가) + 조약돌 바닷가 기슭 꿈꾸는 악동 밀려오는 파도에 이리 씻기고 저리 깎이며 반짝이는 꿈속에 산단다 바람이 들려주는 세상이야기 모든 것 다 아는 듯한 푸른 하늘의 미소 때론 짓궂은 햇빛에 몸이 뜨거워 뒤채도 소낙비가 식혀주기도 하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와도 더욱 반짝이는 꿈속에 산단다 (최봄샘·시인) + 조약돌 계곡을 따라서 부서지고 구르다 아픔이 지난 후에야 세상을 그래도 안다고 말할 수가 있겠지. 언제나 너를 닮을까 조약돌 하나. (김희철·시인) + 조약돌 아이야 너는 커서 조약돌 되거라 빗물에 씻기고 갈리어 둥글어진 돌 부딪쳐도 다치지 않고 길가는 이 채일 리 없겠지 흙에 묻혀 모난 돌 세상에 나오면 작은 충돌에도 아파하며 다른 이도 걸려 넘어지겠지 아이야 너는 커서 잘 참고 견디는 조약돌 되거라 (장미숙·시인, 충남 홍성 출생) + 조약돌 태초에 절벽에서 떨어졌다. 우린. 비바람에 금방 굳어지고 달빛에 금새 뜨거워지는 다혈질이다. 우린.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한 울 안에 모여 동글동글 몸 비빈다. 우린. 어디에 던져진들 겨루고 다툼 없이 늘 누워서 속삭인다. 우린. (박경현·시인) + 조약돌 저 멀리 아득히 먼 산에서 내려와 그토록 거칠고 미웁고 못생긴 시냇가 어느 이름 없는 돌멩이를 그토록 둥글고 아름다운 조약돌을 만드는 것은 끝없이 흐르면서 부드럽게 소리 없이 쓰다듬는 세월의 물결이다 (최수홍·시인, 전북 부안 출생) + 조약돌 수십 리 흘렀지 거칠게 부드럽게 얻어터지며 푸른 강 붉은 강 밤낮 없이 깊은 바닥을 굴렀지 노을로 울었지 이름 모를 강가 이제사 뙤약볕에 쉬는 이름 없는 이 몸 되새김하는 일소 눈망울 닮았다고 멋대로 차지 마라. 부드럽고 작은 이 놈 허! 그것 봐 수십 개 화살이 되어 어둠 속 달려가 박히는 부서져 가루가 되어도 제 몫이 있는 이 몸 (김기홍·시인) + 조약돌 눈도 귀도 입도 없다 세월 밖으로 나앉아 바람 속에 서면 바람이 되고 물 속에 서면 물이 된다 바람의 가난한 마음 물의 추운 마음이 서로 만나 가슴 비비고 기쁨과 슬픔이 마주 껴안는다 거친 세상 물결에 깎이며 시간의 껍데기만 단단히 안고 둥글게 둥글게 살지만 마음을 지키는 마음은 외롭다. (장덕천·시인) + 예송리 조약돌 예송리 바닷가 하늘 문이 열리고 난 이후 종교보다 깊은 믿음을 찾고자 빡빡 머리를 밀고 수행을 하는 고승이 있네 수많은 세월을 고독 속에 잠기어 해조음을 들으며 정해진 기간도 없는 고행의 길 득도(得道)를 하신 곳, 바닷가 허공에는 염주알이 쏟아진다 (김남복·시인, 전남 목포 출생) + 조약돌 지문에 새긴 세월 헤아리듯 물무늬 푸른 지문을 풀풀 풀어헤쳐 강바람 살여울에 세상을 베어낸 아픔 천 년 세월 모진 세파 견디며 피맺힌 가슴속 몸살 앓는 조약돌이 돌돌돌 훌쩍거리며 한숨 뜯어내다 바닥으로 구르는 눈물자국으로 깊고 깊어진 수심, 어쩌자고 물이끼 시퍼렇게 자라는 마음 한구석 나조차 모질게 갉고 있는 바람 한 움큼 (문근영·시인, 대구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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