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의 '해바라기꽃' 외 + 해바라기꽃 벌을 위해서 꿀로 꽉 채웠다. 가을을 위해서 씨앗으로 꽉 채웠다. 외로운 아이를 위해서 보고 싶은 친구 얼굴로 꽉 채웠다. 해바라기 꽃 참 크으다.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해바라기 벌과 나비 앉으라고 노란 방석 펴 놓았죠. (오순택·아동문학가) + 해바라기 긴 줄기 끝에 걸린 노오란 또아리 물 긷는 누나 머리 위에 얹어주고 싶은 둥근 또아리. 해님이 들여다보고 까아만 점을 찍는다. (허지숙·아동문학가) +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여 들어 집으로 온다. (윤동주·시인, 1917-1945) + 해바라기 사랑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주홍빛 얼굴로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해 살고 싶다. 언젠가 다시 저물녘 어둠이 내려와 따사로운 햇살 내 곁을 떠나가도 고개 숙이고 가을로 솟아오르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서 있는 영원한 해바라기 사랑이고 싶다. (김기만·시인)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함형수·시인, 1914-1946) +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해바라기의 기도 해를 바라보다 해를 닮았나 보다 하루 진종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구 한 바퀴 이 세상 어둡고 아픈 곳만 두루 살펴왔는지 기억의 뒷굽엔 진창만 묻어 있고 세상 어질고 약한 이들의 한숨 소리만 잔뜩 제 안에 옮겨놓고 햇빛에 날 세워 벼린 눈물 젖은 화살기도 쏘아 올리다 제 가슴은 까맣게 타버린 줄도 모른다 가슴에 맺혀오는 사연이 너무도 많아 슬픈 이름 알알이 까마득히 호명하다가 제 가슴은 새카맣게 숯이 되는 줄도 모른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서 그렇다, 죽는 줄도 모르면서 죽는다 해바라기는 (홍수희·시인) + 해바라기 사랑하고 있어요 나, 까맣게 까맣게 그리움의 씨앗을 여물며 그댈 향해 가슴을 열었어요 긴긴 낮 햇살의 어르심으로 가슴에 피어난 여린 꽃잎마다 손 내밀어 준 당신 당신과의 눈맞춤으로 노란 꽃물이 들어 꽃 빛 물든 마음에 오소소 돋아나는 그리움의 씨앗들 비로소 내 안에서 별꽃이 되던 날 노랗게 활짝 폈던 내 마음도 하늘의 별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당신만을 향해 있었지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눈먼 고흐가 되어 (문근영·시인, 대구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연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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