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수채화 세상인 시디를 들어볼까?
[명반소개] 듀오아임의 노래시 <우리사랑>
“바람은 자작나무 숲에서 불어왔지만 / 우리는 흐드러지게 봄꽃을 피웠다 / 햇빛은 찬란하게 온 세상을 비추었지만 / 우리는 돌아서 강물처럼 눈물도 흘렸다 / 우리도 유행처럼 흘러가다 떠날까 / 가던 길 가지런히 발 모으고 멈춰서면 / 새파란 하늘로 숨차게 달려와서 / 배경이 되어주는 그 날의 친구들 있어 / 어깨에 어깨를 걸 때마다 햇살이 넘치는 / 해바라기 가득 핀 들판의 그림 한 장”
위는 이상백 시인의 시 <우리사랑>이다. 이 시가 아름다운 화음의 노래가 되어 하늘을 나른다. 팝페라테너 주세페김(본명 김동규)과 소프라노 김구미의 듀오아임이 이상백 시인이 쓴 시를 바탕으로 사랑의 빛깔이 서로 다른 11곡 천상의 노래를 선사한다. 자줏빛 시디에서 환한 꽃은 피어오른다. 그야말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친 삶 속에서 잠시 숨을 죽여야 할 때 희망을 주는 내용의 노래들이다.
가요, 포크송, 국악, 가곡의 다양한 크로스오버 속에는 세상이 유행처럼 흘러가도 변치 않는 친구가 있는 <우리사랑>,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된 아버지의 한 쪽이 더 닳아 있는 <아버지 신발>이 보이고, 어머니 등 푸른 날들을 먹고 살아온 철없는 우리들이 <어머니 바다>를 바라본다. 자식을 위한 결혼축하곡 <함께 가는 길>,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이쯤에서 만난다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하는 <해후> 그리고 우리 겨레가 한을 녹여낸 <아리랑 아라리요>까지 시디는 형용할 수 없는 색색 깔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평소에 듀오아임이 가수로서 세상에 나긋나긋 말해 주고 싶었던 마음을 이상백 시인의 시와 주세페김의 음악으로 수놓은 음반 <우리사랑>은 모두가 어려워하는 이 시대의 아픔을 조용히 어루만져 준다.
지휘, 작곡, 편곡, 성악, 음악에세이스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펼쳐가는 듀오아임의 주세페김이 처음으로 다양한 풍으로 작곡과 편곡 그리고 기타연주와 반주제작까지 직접 혼자서 시도한 이번 음반에 수록된 그의 음악세계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 아름다운 화음으로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듀오아임, 주세페김과 김구미
주세페김은 말한다. 현재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K-Pop의 다음 단계로 우리 고유의 얼과 정서를 담은 시, 그리고 그 시를 무지갯빛으로 수놓은 노래 곧 K팝페라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는 또 K팝페라의 원숙한 경지란 한국만의 독특한 정서가 녹아들어 있을 때 그 빛을 더 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러 대학에 출강했던 소프라노 김구미는 색다른 중저음이 요구되는 철학적인 노래시 <유월에>, <누가 끝을 보았나>를 포근한 느낌으로 껴안는다. 그러면서 서양적인 발성도 좋지만 이제는 우리말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삭발까지 하며 정신을 집중시키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번 앨범은 따로 또 같이 때로는 먼저 가고 때로는 빈자리를 채워줄 줄 아는 너그러운 모습으로 두 사람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다정함 그리고 힘들게 추구해온 15년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느끼게 한다. 한 가지 더 주목받을 것은 <선물>, <나무와 의자>는 씩씩하고 생동감 있는 그리고 앙증맞은 어린이 보컬을 삽입하여 하나 되는 흥겨움 속에 잔잔한 행복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세페김이 직접 작곡과 편곡은 물론 연주 그리고 녹음과 믹싱까지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간간이 매끄럽지 못한 점을 느꼈다. 이런 음악일수록 관현악단이 반주해줬더라면 훨씬 큰 음악으로 태어났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우리 고유의 얼과 정서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듀오아임, 주세페김과 김구
하지만, 전반적으로 듀오아임이 표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음악세계를 나타낸 이번 음반이 지닌 가치는 대단하다. 세상 살면서 인생의 굴곡이 없는 사람이 없을진대 이 음반은 그런 험난한 삶 속에서 어머니 같은 포근함과 위로를 우리에게 은근히 전하고 있다. 마치 곁에 어머니 한 분을 모셔두고 있는 기분이다. 아직 추위 속이지만 그럴 때 일수록 듀오아임의 노래는 감미롭고 따스하다. 겨울 속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우는 한 송이 매화 같다고나 할까? 무채색의 수채화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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