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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선시대 민간음악의 주류 삼현육각을 아시나요?

문근영 2016. 8. 12. 08:16

 

조선시대 민간음악의 주류 삼현육각을 아시나요?

[공연] 서울 무형문화재전수회관서 삼현육각보존회 공연 열려

 

   

 

  ▲ 삼현육각보존회의 삼현육각 정기연주회 모습 ⓒ 김영조

 

 

조선시대 민간음악의 주류를 이루던 삼현육각은 해방 뒤 맥을 이어오던 해금산조와 시나위 명인이었던 지영희(池瑛熙, 1909 ~ 1979) 선생이 세상을 뜬 뒤 그 맥이 끊길 뻔했다. 그러던 것을 몇 년 전부터 피리명인 최경만 삼현육각보존회장(부여충남국악단 음악감독)이 회원들과 함께 어렵사리 공연을 하며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삼현육각이 무엇일까?

 

조선시대 최고의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 가운데 <무동(舞童)>이라는 그림이 있다. 거기엔 무동이 춤을 추는데 위 맨 왼쪽에 좌고(앉은북)를 치며, 그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구와 두 대의 향피리(중국에서 들어온 당피리에 견준 우리 고유 피리), 대금·해금이 연주를 한다. 이런 악기 편성을 삼현육각(三絃六角)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궁중무용과 행진 음악, 지방 관청의 잔치, 높은 관리의 행차, 향교 제향 그리고 각 지방에서 신에게 제사 지낼 때 두루 쓰이던 민간의 주류음악이다.

 

삼현육각은 <무동>에서처럼 6명으로 구성되지만. 경기·호남·해서·영남 등 지역에 따라 악기 종류, 편성인원, 음악적 특징, 악곡구성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요. 삼현(三絃)이라 해서 3대의 현악기를 뜻하지는 않으며, 삼현육각이 주로 연주하는 음악이 <삼현영상회상>이어서 그를 딴 것이다. 또 육각(六角)은 피리를 불고 북을 치는 6명의 연주자를 말한다. 이 시대엔 잘 볼 수 없지만 귀한 우리 겨레의 음악 삼현육각이 그대로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삼현육각을 보존하려는 삼현육각보존회 몸부림인 정기연주회가 지난 12. 21 저녁 7시 30분 서울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단국대 서한범 교수의 해설로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이 시대 최고 국악이론가인 단국대 서한범 교수의 맛깔스러운 삼현육각에 대한 해설이 시작된다. 김홍도 무동의 예를 들고 이렇게 6 잽이들이 <삼현영상회상>을 연주하는 것으로 삼현이 신라시대부터 말해왔던 3가지 현악기 곧 거문고·가야금·비파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 삼현육각이 무엇인지 생소한 청중들을 위해 공연 전에 분명한 공부를 해주도록 하는 주최 측의 배려이다.

 

   

 

    ▲ 이철주 명인의 대금독주 “대소리의 한” 공연 모습 ⓒ 김영조

    

  ▲ 삼현육각보존회의 경기시나위 연주 장면 ⓒ 김영조

 

 

공연이 시작되자 피리 최경만·김효도, 대금 이철주, 해금 김무경, 장구 윤승병, 좌고 김성엽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곤 곧바로 민간 <관악영상회상> 가운데 삼현도드리부터 별곡타령까지 연주한다. 원래는 진양조부터 시작하지만 이날은 느린 부분은 빼기로 했다. 흔히 보는 화려한 음악에 견주어 앉아서 연주하는 차분한 음악이기에 얼핏 지루할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중들은 서서히 몰입되는 모양이다. 궁궐에서 연주했던 정악은 아니지만 이런 민속악도 절대 천박하지 않다. 청중 저 속 깊이에 무언가 꽉꽉 채워지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어서 현 민속악회 시나위 대표인 이철주 명인이 자신이 작곡한 대금독주 “대소리의 한”이 펼쳐진다. 서 교수는 이 대금독주가 구슬픈 듯 들리는 메나리 토리를 담았다고 설명해준다. 연주는 뭔가 슬픈 듯하지만 그래도 잠잠하게 마음을 다지고 있다. 이 명인의 격정적인 연주로 거친 호흡이 여실히 청중의 귀에 전달된다.

 

대금독주가 끝나자 역시 삼현육각 음악으로 <경기시나위> 합주를 시작한다. <경기시나위>는 육자배기 토리로 된 허튼가락의 기악곡을 말한다. 원래 이 곡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고, 지영희 선생이 보유자였으나 지금은 그 맥이 끊겼다. 그런 음악을 지 선생의 제자들이 찾아 연주한다는데 큰 뜻이 담겨 있다. 연주자들의 현장 호흡으로 맞추어지는 즉흥음악 시나위. 하지만, 그 음악의 완결성은 기가 막히다.

 

  

  ▲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 유지숙 명창의 특별공연 “영변가” ⓒ 김영조

 

  

  ▲ 진유림 명무의 승무 모습, 오른쪽에는 삼현육각 반주단이 있다. ⓒ 김영조

 

 

이번 공연에는 두 명인의 특별출연이 있었다. 먼저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준인간문화재)인 유지숙 명창(서도연희극보존회 대표)이 서도좌창으로 알려진 <영변가>를 부른다.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장구와 함께 서도소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흔히 서서 부르던 유 명창이 앉아서 좌창으로 부르는 맛은 또한 일품이다.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어찌 우리 음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어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진유림 명무(청어람 우리춤연구회 대표)가 승무 세계를 펼쳐준다. 원래 승무는 한삼자락의 멋들어진 선이 일품인 춤이다. 진 명무는 온몸을 불태워 승무를 춘다. 일반적인 승무에 견주면 그의 춤은 선이 굵고 힘이 있으며, 좀 더 화려하다는 느낌이 든다. 북을 두드리는 진 명무의 몸짓은 정말 아름답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강연분(교사) 씨는 “정말 귀한 공연을 봤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이 삼현육각보존회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이뤄진 자리라는 소리를 듣고 몹시 안타까웠다. 연주자들은 온몸을 던져 청중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우리는 그저 음악을 감상하기만 하는 염치없는 사람이 된 게 부끄러웠다. 뭔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문화를 살려내고자하는 분들의 노력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해설자 서교수의 말마따나 청중은 이날 그야말로 악가무(樂歌舞)를 모두 한 자리서 즐기는 행운을 맛봤다. 이런 귀중하고 아름다운 공연이 자리를 꽉 메우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경인년이 저물어 간다. 밝아오는 신묘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문화 공연장을 찾고 나아가 큰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해가 되길 청중들은 입을 모아 비손했다.

  

 

  ▲ 삼현육각보존회 공연서 해설을 하는 단국대 서한범 교수 ⓒ 김영조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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