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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뮤지컬 `명성황후`를 능가하는 토종뮤지컬 탄생

문근영 2016. 8. 10. 08:02

 

뮤지컬 '명성황후'를 능가하는 토종뮤지컬 탄생

[공연] 서도소리극 “추풍감별곡” 공연관람기

 

 

  

 

  ▲ 추풍감별곡의 화려한 무대 ⓒ 박동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고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 리 못 가서 되돌아오누나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이는 서도민요 “사설난봉가”의 가사이다.

 

이런 서도민요로 토종뮤지컬이 공연되었다. 지난 12월 7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남산국악당에서는 서도연희극보존회 주최, 네오 크리에이티브 주관, 서울문화재단·문화재청·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후원한 서도소리극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의 맛깔스러운 공연이 펼쳐졌다.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 일명 채봉감별곡)”은 이야기 바탕부터 음악까지 순전히 우리 것으로만 만든 진짜 토종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지은이를 모르는 조선 후기 순조∼철종 때 애정소설을 각색한 것인데 사실적인 묘사로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하고, 아버지를 효성으로 받드는 한 여성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공연이 시작되자 단국대학교 서한범 교수가 인사말로 “이 공연은 유지숙 명창 개인이 투자해서 하는 소리극이다. 판소리가 지금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정부가 창극단을 만들어준 것이 주효했다. 그처럼 경서도 민요도 발전할 수 있으려면 이렇게 개인이 고군분투하도록 버려둘 일이 아니라 서울시가 나서서 창극단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큰 손뼉을 받았다.

 

소리극은 달밝은 밤 담장을 배경으로 채봉이 관산융마(關山戎馬)를 청아하게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래 관산융마는 정가 가곡에서 자주 부르는 대목이지만 이날 무대에 오른 것은 가곡과 달리 장단이 없는 것으로 기품있는 서도잡가이다.

 

 

▲ 채봉과 강필성이 만나는 장면 ⓒ 박동화

 

 

    ▲ 채봉 아버지와 친구가 재담을 한다 ⓒ 박동화

 

 

 

채봉감별곡은 모두 32곡을 부르는데 추풍감별곡·관산융마·수심가 같은 전통 서도소리와 사랑가, 채봉가, 잡풀타령, 신추풍감별곡 등 10곡의 창작 서도소리를 7:3 정도로 나눠 풀어낸다. 이 창작소리극은 이상균 대불대 교수가 직접 작사작곡한 것으로 이날 청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극이 이어지자 간간이 소리꾼들이 객석 뒤 청중 출입문에서 나오며 소리와 몸짓을 하자 청중들은 자지러진다. 역시 우리의 전통 공연은 청중과 함께하는 데 큰 매력이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장고춤과 검무가 어우러져 청중들에게 한껏 볼거리를 준다. 또 소리꾼들은 희극인들의 재담을 능가할 만큼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자주 선보여 청중들을 흥겹게 한다. 소리하기도 벅찬 소리꾼들이 연극적인 동작도 수준 높게 하느라 상당한 노력을 했음이 짐작된다.

 

  

  ▲ 장구춤을 추는 장면 ⓒ 박동화

   

 

 

  ▲ 채봉 아버지가 벼슬을 흥정하는 장면 ⓒ 박동화

 

 

전통의 올바른 보존과 발전을 흔히 사람들은 “법고창신(法古蒼新)" 정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곧 옛것에 바탕을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아는 것을 말하는데, 옛것만 고집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옛 바탕을 무시하고 된장 맛이 사라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토종감별곡"은 “법고창신(法古蒼新)"의 정신이 제대로 살아있는 훌륭한 토종 뮤지컬이라고 청중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사설들이 명쾌하게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판소리 유파 중 동초제가 사설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서도소리극은 출연자들이 명확한 소리를 하도록 고민해야 하며, 음향 문제도 점검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무대 옆에 자막으로 사설을 보여주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소책자에라도 사설을 올려주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공연을 본 염창동에서 온 청중 권혜순(교사) 씨는 “서도소리극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이런 훌륭한 우리의 소리극을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울시는 하루속히 이런 무형문화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 보따리 싸서 한양으로 가는 채봉 식구들ⓒ 박동화

 

 

서도연희극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은 “예쁜 춘향이의 절개와 효성스러움의 심청, 기와 예의 황진이 이런 세 여인을 다 가진 채봉이라는 인물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러한 채봉을 잘 표현하여 멋진 소리극으로 거듭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채봉과 강필성의 사랑이 행복하게 마무리된 것처럼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공연 소감을 말했다.

 

“네 칠자나 내 팔자나 둥둥 떴는 부평초

물에 뜨긴 마찬가지 신세 초라한 개구리밥

7년 대한 가뭄 날에 피죽 끓여라 피사리풀

보릿고개 넘기라고 지천에 깔린 복사풀

장마 통에 손님 왔다 장닭 잡아라. 닭의장풀

갈 때까지 가보자고 억지 쓰는 갈대풀”

 

이런 “잡풀타령”처럼 창작 서도민요도 참 재미있다. 익살스러운 몸짓과 소리의 훌륭한 조화는 서도소리의 매력이 대단함을 드러낸다. 저물어가는 경인년을 청중들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능가하는 한편의 토종뮤지컬에 반했다.

 

 

 

 

 ▲ 평양감사가 채봉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겠다고 하는 장면ⓒ 박동화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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