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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민요 공연, 이렇게 청중을 사로잡아라!

문근영 2016. 7. 25. 04:34

 

민요 공연, 이렇게 청중을 사로잡아라!

경기민요를 새롭게 도약시킨 이희문 공연

 

 

 

 

 

 

경기민요(京畿民謠)는 서울·경기 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민요인데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 예능보유자는 이은주, 이춘희 선생이다. 흔히 불리는 소리는 노랫가락·창부타령·아리랑·이별가·청춘가·도라지타령·노들강변·방아타령·군밤타령·풍년가·한강수타령·경복궁타령·개성난봉가·늴리리야 등이 있다. 서도민요나 전라 민요에 비하여 맑고 깨끗하며, 경쾌하고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그간 경기민요는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옛것을 그대로 지켜내는데 머무르지 않고 “법고창신(法古蒼新)”의 정신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뜻 깊은 공연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17, 18일 이틀 동안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황제, 희문을 듣다”가 그 공연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 ▲“황제, 희문을 듣다” 공연 소책자 사진 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법고창신 정신 을 제대로 살린 근래에 보기 드문 훌륭한 작품이라는 찬사가 청중 사이에서 쏟아졌다.

 

이 공연은 “희문 트레디셔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재)한국전통민요협회, 국악방송, 고주랑경서도소리예술원이 후원한 것으로 떠오르는 경기소리꾼, 이 시대에 드문 남자소리꾼 이희문이 공연하여 이날 자리를 메운 객석은 추임새로 후끈했다.

  

특히 “사람-휘몰아가는 잡스런 노래 맹꽁이”, “놀이-개 넋두리/각색 처녀장사치 흉내”는 이희문 특유의 동작과 표정 그리고 뛰어난 소리로 관객을 꼼짝 못하게 한 수작이었다.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이희문으로 채우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 이희문의 예술혼은 가히천부적인 것으로 느껴쪘다. 여기에 경기소리와 시조창을 한데 아우른 “땅-노래, 음악”과 경기소리를 판소리 형식에 얹어 고수와 아니리를 주고받으며 소리한 “개 넋두리”의 시도는 청중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근데 대체 어디로 들어오셨수? / 개구녕으로 들어왔지. 일상 출입구녕이 개구녕이요. 정월이라 대보름날이면 액막이야 물것 꾄다고 그날은 누룽밥 한술도 아니 주고 왼종일 굶기는 구나. / 배고파 살것어? / 그러니까 죽었지.”

     

“애오개 처녀는 망건 장사로 나온다지 인모 망건 경조 망건 곱쌀 망건을 사시래요 (섹시하게 몸을 꼬다가 별안간 확성기를 확 꺼내들고, ‘계란이 왔어요’ 풍으로) 망건이~ 왔어요~. 망건이~ 왔어요~. 인모 경조 곱쌀 망거언이~ 왔어요~. / 망건이~ 왔어요. 다같이 망건이~ 왔어요. / 건드렁 건드렁 건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위 가사만 들어도 청중이 배꼽 잡을 일은 분명할 터다.

 

 

 ▲ “휘몰아가는 잡스런 노래 맹꽁이”를 부르는 이희문 ⓒ 송재훈

 

 

▲ “각색 처녀장사치 흉내”를 부르는 이희문 ⓒ 송재훈

 

 

공연 후반부에 신사복을 입고 깜짝 등장한 이희문의 신파극조 소리극 “만남-신 민요접속곡”은 전통을 서양문화에 접속했을 때 어색하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종래의 시도와는 달리 동서양의 접목을 가능케 한 시도였다는 평이다. 간간이 연극적인 요소를 보탠 웨이터의 경고장(옐로카드)과 애인으로 등장시킨 여인의 보조 역할은 청중들의 재미와 폭소를 자아냈으며 경기소리가 한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작품이었다.

   

여기에 칭찬해줄 대목을 하나 더 찾는다면 젊은 반주자들인 “음악동인고물”의 신들린 연주였다. 이색적인 거문고 연주나 관악기 연주자들의 어색하지 않은 타악기 연주도 볼만했다. 더구나 창작곡인 “꿈-2004, 다시 쓴 ‘풍년가’ 연주는 창작곡인데도 전통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 청중들로부터 훌륭한 연주였다는 평을 들었다. 흔히 창작곡을 퓨전이라 하여 버터 냄새가 나게 연주하는 다른 연주와는 크게 다름을 느껴 칭찬하기에 어색함이 없었다.

 

그리고 객석과 무대가 괴리되지 않고 서로 소통할 거리를 유지한 자유소극장의 아담한 무대가 경기소리와 잘 어우러져 돋보였다.

 

이날 자리를 같이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은 “나도 서도소리를 소리극으로 재구성해서 무대에 올리는 노력을 해왔지만, 이렇게 젊은 소리꾼이 새롭게 색다른 무대를 꾸민 것을 크게 칭찬 해마지 않는다. 특히 청중을 황제로 해서 경기소리의 격을 한층 높인 것도 칭찬해주고 싶으며, 노랫가락을 시조 가락에 올려 부른 시도도 정말 좋았다. 또 청중과의 교감을 익살스러운 소재를 선택해서 재미나게 청중과 교감하려는 노력도 수준급이어서 크게 손뼉을 쳐준다.”라고 말했다.

 

 

▲ “평양가”를 부르는 이희문 ⓒ 송재훈

 

 

▲ “신민요접속곡”을 부르는 이희문 ⓒ 송재훈 

 

 

이날 공연을 보러온 경기도 고양시 한 초등학교 교사인 한수정(45살) 씨는 “중학생 딸과 함께 왔습니다만 경기소리가 매우 맛깔스럽고 이해하기 쉬워 좋았습니다. 같은 소리라도 줄곧 서서 소리만 하는 것보다 연극적인 요소까지 가미된 공연짜임새가 신선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딸아이를 민요나 판소리에 자주 데려오려 해도 재미없고 따분하다며 피했는데 그런 딸아이의 투정을 불식시킨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즐거워했다.

   

또 강남구 반포동에 사는 회사원 김광인(54) 씨는 “집사람이 민요를 좋아해서 함께 왔습니다만 후회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젊은 소리꾼의 구수하면서도 착착 안기는 소리도 좋았고 무대장치며 악단구성과 출연진들이 모두 한순간을 놓칠 수 없을 만큼 제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낸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특히 장사꾼 역할을 하던 아가씨들의 끼 있는 공연과 맹꽁이 타령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요도 이렇게 공연을 한다면 충분히 관객을 모을 수 있단 생각입니다. 앵콜 공연이라도 조르고 싶을 만큼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창부타령”을 부르는 이희문 ⓒ 송재훈 

 

 

그러나 이 공연에도 약간의 옥에 티는 있었다. 객석에 앉은 외국인들을 배려했더라면 가사를 영문 자막으로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그리고 일부 곡 소개를 자막으로 보여준 것은 선명도가 떨어져 청중이 읽기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또 “각색 처녀장사치 흉내”에서 쓴 소품 바구니가 전통 소재가 아닌 플라스틱인 점은 아쉬웠다. 여기에 마지막 소리 "광대의 노래”를 부를 때 청중들이 흥에 겨워 주체를 못했는데 이때 청중들을 무대에 불러내 춤을 추도록 했더라면 더 좋은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흠들은 이날 공연이 추구하는 ‘현대 한국인을 아우름과 동시에 경기소리의 세계로의 진출 가능성’을 점쳐보는 무대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며 정성을 다해 준비된 작품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 손색없는 공연이었다. 또한, 이번 공연은 우리 음악을 어떻게 고민하고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성장과 발전도 달라질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었으며 그 가능성을 예견한 훌륭한 무대였다.

 

이날 소리와 총감독을 맡은 이희문과 같이 한 사람들은 구음 박애리, 평시조 안이호, 경기소리 하지아, 경기소리프로젝트그룹 나비, 춤 이상봉, 배우 지석민, 반주 음악동인고물, 음악감독 이태원, 무대연출 김지후였다.

 

초복을 하루 앞둔 무더운 여름날 밤의 더위를 일거에 날려버린 신선하고 상쾌한 이번 공연은 오래도록 관객들의 가슴에 경기소리꾼 ‘이희문’을 기억하기에 좋은 공연이었다.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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