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활개 치다와 활개 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애들과 함께 나오는데,
애들이 곱게 단풍든 나무를 보고 왜 나무색이 저렇게 무지개색으로 바뀌냐고 물으면서 그런 것을 뭐라고 하냐고 묻더군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주면서 '울긋불긋'이라는 낱말을 하나 알려줬습니다. (울긋불긋 : 어찌씨(부사), 짙고 옅은 여러 가지 빛깔들이 야단스럽게 한데 뒤섞여 있는 모양.)
아침에 뉴스를 들으니 날씨가 차가워져 신종인플루엔자가 널리 퍼질 것 같고, 다음 주부터는 신종플루 백신접종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걱정입니다.
오늘은 활개를 알아보겠습니다.
'활개'는 "사람의 어깨에서 팔까지 또는 궁둥이에서 다리까지의 양쪽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몸에서 팔과 다리로 갈라진 부분을 이르는데, 이 말의 뜻이 넓어져 "새의 활짝 편 두 날개"라는 뜻으로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활개(를) 치다'고 하면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으로 같이 쓰인다는 겁니다.
긍정적으로는 "의기양양하게 행동하다."는 뜻으로 그는 그 동네에서는 제법 활개 치며 산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는 "제 세상인 듯 함부로 거들먹거리며 행동하다."는 뜻과 "부정적인 것이 크게 성행하다."는 뜻으로 씁니다. 폭력배가 활개 치는 세상에서는 마음 놓고 살 수 없다, 음란 비디오가 활개 치다처럼 쓰는 게 그런 경우입니다.
그러나 '활개를 펴다'고 하면 부정적인 뜻이 없이 긍정적인 뜻으로만 씁니다.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아니하고 떳떳하게 기를 펴다."는 뜻으로 외국에 나가셨던 아버지가 큰돈을 벌어서 돌아오신 후 우리 식구는 활개를 펴고 살게 되었다처럼 씁니다.
공공기관 이름이나 간판에 활개 치는 이상한 외국말이 다 없어지고, 깨끗한 우리말이 활개를 펴는 그런 세상이 빨리 오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편지를 쓸 때 어떤 분이 문자를 보냈네요. 행복한 하루 되시라고... 그래서 제가 답장을 했습니다. 하루가 되기는 싫고, 그냥 행복하게 하루 보내겠다고... ^^*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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