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불멸 / 강은교

문근영 2016. 5. 1. 16:53

불멸

 

   강은교

 

 

 

네가 버린 담뱃갑

네가 버린 구겨진 편지지

네가 버린 일회용 종이컵

네가 버린 껌종이, 이리 쿵덕 저리 쿵덕

 

네가 버린 손목시계

네가 버린 거대한 기억

네가 버린 어스름

네가 버린 거울, 심연을 떠다니는, 이리 쿵덕 저리 쿵덕

 

너로 하여 빛났던 저 잡풀

너로 하여 빛났던 저 모래바람 입은 안개

너로 하여 빛났던 저 땀의 혀, 이리 쿵덕 저리 쿵덕

 

네가 버린 틈새

네가 버린 상징

네가 버린 고래의 날개 삼천 리, 내 살에 덮여

이리 쿵덕 저리 쿵덕

 

오래된 수저 끝에서, 이리 쿵덕 저리 쿵덕

흩날리는 것들 가슴에 매달려, 이리 쿵덕 저리 쿵덕

 

네가 버린 영원

네가 버린 어머니의 먼 목소리

네가 버린 일기의 마지막 장

네가 버린 여름날 정오, 이리 쿵덕 저리 쿵덕

 

네가 버린 신

네가 버린 신념들

네가 버린 그림자 흩날리는 해방

네가 버린 자유, 접시 위에 누워, 이리 쿵덕 저리 쿵덕

 

네가 버린 곰국

네가 버린 김 오르는 선반

네가 버린 꿈의 연기 긴 사진틀

네가 버린 불타오르는 책상, 이리 쿵덕 저리 쿵덕

 

흩날리는 불멸 가슴길 깊이 흐르니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계시는 너

이리 쿵덕 삼천 리

저리 쿵덕 삼천 리.

 

 

 

                      —《현대문학》2012년 12월호, 『좋은 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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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사상계》로 등단. 시집 『허무집』『오늘도 너를 기다린다』『벽 속의 편지』『초록거미의 사랑』『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외 다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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