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풍류를 느껴볼까요?
외팔 대금연주 이삼스님, 일요풍류 열어
▲ 고갯마루에서 열린 "일요풍류"에서 연주하는 모습(뒤 대금을 부는 이삼스님, 그 오른쪽으로 오면서
장구를 잡은 이오규 명인, 가야금의 송인길 명인, 거문고를 연주하는 가곡 무형문화재 김영기와
뒷모습의 거문고?피리?해금 잽이들) @ 김영조
풍류(風流)가 무엇일까? 백과사전에는 “본래 선인(先人)들, 특히 성현(聖賢)들의 유풍(遺風) ·전통을 말하였으나, 점차 고상한 아취(雅趣) ·멋스러움을 말하게 되었다.”라고 풀이한다. 그런가 하면 국어사전에서는 “속된 일을 떠나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곧 화조풍월(花鳥風月)”이라고 소개했다.
다시 말하면 고달픈 삶 속에서도 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아갈 줄 아는 슬기로움과 멋을 가리키기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멋이 정서적 생활 모습으로 드러나면 철 따라 물 좋고 산 좋은 경치를 찾아 노닐면서 기개를 키워나가는 가무악(歌舞樂)이 된다. 그 풍류, 조선시대 선비들에겐 늘 함께 하던 풍류는 이제 그 모습을 볼 길이 없다.
그런데 그 풍류를 이 시대에 재현해보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외팔로 부는 대금 ‘여음적”을 개발하고, 연주법을 창안하여 연주하는 이삼스님이 그였다. 이삼스님은 지난 10월 12일 늦은 3시 경기도 광주의 음식점 “고갯마루”에서 말 그대로 “일요풍류”를 열었다.
널찍한 음식점, 식탁을 치우고 한 자리에 스님이 자리를 잡는다. 그 옆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 거문고 명인이면서 가곡 전수교육조교인 이오규, 가야금 명인 송인길과 해금?피리?거문고 연주자가 함께한다.
청중은 30여 명 남짓. 아직 홍보가 되지 않아 소박한 자리가 되었다. 연주자와 청중이 무릎을 맞대고 음악을 듣는다. 먼저 상영산과 중영산을 연주한다. 대금과 거문고, 가야금과 해금 그리고 피리의 화음이 절묘하다. 대금이 먼저 만파식적의 소리를 울리면 백악지장 거문고 소리가 점잖다. 그런가 하면 해금과 피리가 거들어 청중은 숨을 죽인다.
▲ 전통가곡을 부르는 깅영기(왼쪽)와 이오규 명인 @ 김영조
▲ 가곡 전수장학생인 김유라가 평롱을 부른다. 그녀의 스승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인 김영기가 제자의 소리에 장구를 잡아주었다. @ 김영조
▲ 가곡을 가슴으로 부르는 해금연주자 윤문숙 @김영조
상영산, 중영산 연주가 끝나자 가곡 명인들 여창 김영기와 남창 이오규가 나선다. 이오규는 힘있는 소리로 언락을, 김영기는 청아한 소리로 우락을 부른다. 이어서 편락과 편수대엽이 흐르고 태평가로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이오규와 김영기는 가곡을 쉽게 그리고 맛깔스럽게 풀어준다.
김영기는 편락의 사설을 설명한다. “나무도 바위도 돌도 없는 산에 매에게 쫓긴 까투리와 날이 저물어가는 대천 앞바다에 노도 잃고 닷도 끊기고 키도 빠진 배의 뱃사공 마음이 엊그제 임을 여인 내 마음과 같을 것인가?” 이렇게 들으니 가곡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소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한 편의 시가 아니고 무엇일까?
어디서 이런 무형문화재 소리를 들을 것인가? 그것도 무릎을 맞대고 말이다. 연주자들이야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청중들이야 기막힌 감상이 아닐까?
풍류는 대가들만의 몫은 아닐 터. 이 자리에 함께한 김영기의 제자이면서 가곡 전수장학생인 김유라가 평롱을 힘 있으면서도 고운 소리로 뽑아낸다.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풋풋한 그녀의 소리는 청중을 사로잡는다. 그에 질세라 해금 연주자 윤문숙도 가곡 한 자락을 뽐낸다. 해금잽이 윤문숙의 소리는 옛 사람들이 악가무를 함께 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날 온통 청아한 소리 가곡 향연에 청중의 귀는 호사를 누렸다.
▲ 외팔로 부는 대금 '여음적', 그 여음적으로 세상을 편하게 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이삼스님 @김영조
▲ 국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 해설자 최종민 교수를 만나면 애호가가 된다. @김영조
중간마다 맛깔스러운 해설을 해주는 이 시대 최고의 해설자 동국대학교 최종민 교수도 역시 이날 풍류를 더욱 즐겁게 한다. 그가 나서면 국악을 처음 만난 사람도 애호가처럼 변한다.
이 풍류를 지켜본 대전에서 아침부터 서둘러 왔다는 튼튼영어 대전지사장 임인열(51) 씨는 “나는 청소년을 지도하는 사람인데 요즘 청소년은 꿈이 없다. 꿈을 그려줄 수 있는 분을 찾다가 교육방송(EBS)에서 이삼스님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저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여기를 알았고, 오늘 작은 연주회를 한다고 하여 아이들, 학부모들과 함께 왔다.
이는 내가 볼 때는 도를 닦는 음악이며, 우리 아이들도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다. 지방이어서 어렵지만 적어도 두 달에 한번은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일요풍류를 찾을 것이다.”라고 말하여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내 아이가 잘 크려면 모든 아이들이 잘 크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 사교육학원을 하는 사람치고는 남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이 풍류를 시작한 이삼스님은 말한다. “이제 시작이어서 아직 연주자도 청중도 많지 않지만 이렇게 시작하고 보니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자로선 이렇게 청중과 무릎을 맞대고 연주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형태가 우리 굿거리의 원형일 터이고 우리 굿거리의 맛을 청중에게 온전히 들려주어야 할 것이기에 앞으로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이상 끈을 이어가게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 멀리 대전에서 온 청중 임인열 씨. 그녀는 이날 자신이 도를 닦는 음악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조
▲ 자유스럽게 앉아 풍류를 즐기는 청중들, 연주자들과 무릎을 맞댄 그들의 귀는 호사를 누렸다. @김영조
이삼스님은 또 우리 굿거리의 원형이 악가무를 함께 하는 것이기에 연주자가 소리도, 춤도 함께 하는 모습이어야 한다며 이 풍류는 그런 모습을 찾아서 떠날 것임도 다짐한다.
사람이 살기에, 책을 읽기에, 풍류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가을날 적은 수의 청중은 소리의 황홀을 느꼈을 터이다. 이제 매달 둘째 일요일 늦은 3시 경기도 광주 고갯마루에서 풍류를 즐겨봄으로써 우리 굿거리의 원형에도 빠져보고 잠시나마 자신의 귀를 귀하게 대접해보면 어떨까?
고갯마루 연락처 : 031-767-5951 (누리집 : www.23-23.com / 현재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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